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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주인이다, 고은층의 지휘소는 몸이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몸이 먼저 말하는 나이

오늘 오후 헬스장에서 만난 허 회장이 말했다.
"내일 비가 오려나 봅니다. 몸이 먼저 알려줍니다."
그는 무릎이 묵직하고 허리가 당긴다고 했다. 기상청 예보보다 먼저 몸이 변화를 감지하는 듯하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비가 오기 전이나 날씨가 급변하기 전에 관절이 쑤시거나 몸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한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우리는 그 신호를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젊은 시절에는 마음이 지휘소였다. 의지가 먼저였고 몸은 그 뒤를 따랐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밤을 새웠고, 목표가 있으면 피곤함도 잊었다. 몸이 조금 아파도 참고 견디는 것이 성실함과 열정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고은층은 다르다.
고은층의 삶에서는 몸이 먼저 말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존중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더 지혜롭게 살아간다.

젊음은 의지가 이끌고 고은층은 몸이 이끈다

젊은 시절 우리는 몸보다 마음을 더 믿고 살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신념처럼 품었다. 체력이 부족해도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젊음은 그런 도전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무리한 일정도 견디고 밤샘 작업도 해냈다. 넘어져도 금방 일어나고 과로해도 며칠 쉬면 회복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몸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잠이 부족하면 피로로 말하고, 운동이 부족하면 통증으로 말하며, 과식하면 소화불량으로 말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혈압과 혈당이 경고음을 울린다.
몸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건다.
문제는 몸이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듣지 않는 데 있다.
중국 고전 "황제내경"에는 "상의치미병(上醫治未病)"이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의사는 병이 생긴 뒤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에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몸의 작은 신호를 읽는 일은 최고의 건강관리이며 가장 지혜로운 예방의학이다.

몸은 자연이 보내는 메시지다

몸은 자연의 일부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이기도 하다. 우리 몸속에는 약 37조 개의 세포가 활동하고 있으며, 심장은 하루 10만 번 안팎으로 뛰고,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10만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몸만큼 정교하고 경이로운 자연도 드물다.
봄이 되면 꽃이 피듯 몸도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햇빛이 줄어들면 기분이 달라지고 밤이 되면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몸은 끊임없이 자연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 천법도(天法道),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땅을 따르고 땅은 하늘을 따르며 하늘은 도를 따르고 도는 자연을 따른다는 뜻이다.
고은층의 건강 비결도 여기에 있다.
자연의 리듬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적당히 걷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쉬는 삶이 결국 가장 건강한 삶이다.

몸은 하나님이 맡기신 성전이다

몸은 생물학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영적인 의미를 가진 존재이다.
성경은 말한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고린도전서 6장 19절)
성전은 함부로 다루는 곳이 아니다. 정성껏 관리하고 깨끗하게 보존해야 하는 거룩한 공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오면서 종종 몸을 도구처럼 사용했다. 성공을 위해 건강을 희생하고, 일을 위해 휴식을 미루며, 성취를  위해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고은층이 되면 깨닫게 된다.
몸은 내가 마음대로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잠시 맡기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건강은 능력이 아니라 은혜이고 축복이다.
따라서 고은층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돌보고 존중하는 일이다.

몸은 하나의 우주이며 연결된 시스템이다

현대 의학은 몸을 개별 기관의 집합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통합 시스템으로 이해한다.
심장과 폐, 간과 신장, 신경과 면역체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한다. 수면과 운동, 영양과 정서 역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병들면 몸도 영향을 받는다.
고은층일수록 이러한 통합적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잠을 잘 자는 것, 규칙적으로 걷는 것, 웃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모두 건강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필자는 건강의 비결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걷고, 잘 웃고, 잘 사랑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오잘(五好)'이 균형을 이룰 때 몸은 건강하게 작동한다.

몸의 신호를 존중하는 것이 지혜다

고은층의 가장 흔한 실수 가운데 하나는 젊은 시절의 기준으로 현재를 살아가려는 것이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몸은 이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몸이 쉬라고 하는데도 무리하고, 몸이 멈추라고 하는데도 버티며, 몸이 경고를 보내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러나 고은층의 성공 비결은 의지보다 절제에 있다.
몸이 피곤하다고 말하면 쉬어야 하고, 몸이 무겁다고 하면 움직여야 하며, 몸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면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옛말에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이야말로 그 어떤 재산보다 귀중하다는 뜻이다.
몸은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몸의 경고를 무시하며 살아갈 때가 많다.
지혜로운 사람은 몸의 신호를 읽고 몸과 협력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맺음말
몸을 존중하는 삶이 행복을 지킨다

젊은 시절에는 꿈이 삶을 이끌었다.
중년에는 책임이 삶을 이끌었다.
그러나 고은층의 삶에서는 건강한 몸이 삶의 기반이 된다.
몸이 건강해야 꿈도 이어갈 수 있고, 여행도 할 수 있으며, 봉사도 할 수 있고, 신앙생활도 지속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웃고 사랑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건강한 몸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고은층은 몸의 말을 들어야 한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쉬라고 하면 쉬고, 움직이라고 하면 움직이며, 멈추라고 하면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몸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가장 충실한 동반자다.
고은층의 지휘소는 몸이다. 그러나 몸은 우리를 지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안내자이다.
몸을 존중하는 사람은 건강을 얻고, 건강을 얻는 사람은 행복을 얻는다.
결국 고은층의 만사형통은 몸을 사랑하고 돌보는 데서 시작된다. 몸은 삶의 주인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터전이며, 우리 인생의 가장 지혜로운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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