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등을 성장·기회·협력·합의·소통으로 바꾸는 힘: 공공갈등관리의 본질과 유능한 정부의 조건"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 본 칼럼은 공군본부 주관 공공갈등관리 특강 준비자료 1~5를 통합하여 재구성한 내용이다.
서문
갈등의 시대, 왜 공공갈등관리가 중요한가?
오늘날 우리는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국방시설 설치, 군공항 이전, 환경시설 입지, 도시개발사업, 교통인프라 구축, 에너지정책, 복지정책 등 거의 모든 공공정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만나며 갈등을 수반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 집행이 행정의 핵심 가치였다. 그러나 민주화와 지방화, 정보화가 진전된 오늘날에는 정책의 효율성 못지않게 정당성과 수용성이 중요해졌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정책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다.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과정에 참여하기를 원하며, 행정에 대해 설명과 설득, 그리고 공정한 절차를 요구한다. 따라서 현대의 공직자와 군무원은 단순한 정책집행자가 아니라 갈등조정자이고 협력촉진자이며 소통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공공갈등은 행정 실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가 공존하는 민주사회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이다. 갈등을 방치하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지만, 갈등을 잘 관리하면 정책의 정당성과 수용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신뢰도 향상된다. 결국 공공갈등관리란 갈등을 제거하는 기술이 아니라 갈등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갈등을 성장으로
차이를 이해와 학습의 자산으로 바꾸다
갈등은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단계이고, 성장은 그 차이를 이해와 협력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갈등을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대립을 통해 배우고 협력을 통해 공동체의 역량을 높여 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갈등을 실패의 징후로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다양성과 참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며,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갈등은 문제를 드러내고 새로운 대안을 찾게 하는 사회적 학습의 과정이다. 갈등을 억누르면 불만과 불신이 축적되지만, 갈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해 나가면 공동체는 더 성숙해진다. 따라서 유능한 공직자는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갈등은 차이를 확인하는 단계이고, 성장은 그 차이를 이해와 협력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갈등을 통해 서로를 배우고 제도를 개선하며 공동체의 역량을 높일 때 갈등은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갈등을 기회로
위기를 혁신과 신뢰의 계기로 전환하다
갈등을 기회로 바꾼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해와 가치의 충돌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정책과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갈등은 잘 관리될 때 정책 혁신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성장의 자산이 된다.
공공갈등의 상당수는 기술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절차와 신뢰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갈등관리의 출발점은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데 있다. 누가 영향을 받는지, 어떤 가치가 충돌하는지, 어떤 우려가 존재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갈등관리에는 충분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 분석, 갈등영향 분석, 참여계획 수립, 협상절차 설계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의 조기 참여와 절차적 공정성이다.
갈등은 문제를 알려 주는 경고등과 같다. 경고등을 끄는 것이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이 해결이다. 따라서 갈등을 기회로 바라보는 정부는 갈등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들고, 더 높은 신뢰를 구축하며,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갈등을 협력으로
승패의 논리를 상생의 논리로 바꾸다
갈등을 협력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누가 이길 것인가?”의 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꾸는 것이다.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바라볼 때 갈등은 상생의 출발점이 된다.
갈등 상황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상대방을 문제 그 자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다. 따라서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여 접근해야 한다.
또한 입장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집중해야 한다. 주민의 반대, 기관의 요구, 시민단체의 주장 뒤에는 안전, 환경, 재산권, 공공성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표면적 주장만 보지 말고 그 이면의 필요를 이해할 때 새로운 해결책이 나타난다.
협력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상호이익이 되는 선택지를 함께 개발할 때 갈등은 협력으로 전환된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바로 이러한 철학 위에 서 있다. 정부와 주민, 군과 지역사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공동문제 해결의 파트너가 될 때 갈등은 협력의 에너지로 바뀐다.
갈등을 합의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찾다
갈등을 합의로 전환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해와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이익과 목표를 발견하여 대립을 공동문제 해결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대의 공공갈등은 대부분 기술적 해결책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 방법은 존재하지만 목표와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환경과 개발, 성장과 복지, 안보와 주민생활, 중앙과 지방의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의 승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설득하거나 패배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론화, 숙의민주주의, 주민참여, 협력적 거버넌스와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공정한 절차와 충분한 대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
진정한 합의는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갈등은 분열의 원인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기반이 된다.
갈등을 소통으로
신뢰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
갈등을 소통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며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소통은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갈등을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공공갈등의 상당수는 이해관계의 차이보다 정보 부족과 오해, 그리고 신뢰 부족에서 발생한다. 같은 자료를 보더라도 신뢰가 없으면 갈등은 지속된다. 반대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면 갈등은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소통의 핵심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고, 감정을 이해하며, 정책의 목적과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때 신뢰가 형성된다.
특히 현대 행정에서 소통은 일방적 홍보가 아니라 상호작용이다. 설명과 설득만이 아니라 경청과 공감이 함께 이루어질 때 소통은 신뢰로 발전한다.
결국 갈등은 소통의 부재에서 커지고 소통의 축적 속에서 해결된다.
다섯 가지의 관계
성장에서 소통까지 이어지는 갈등관리의 선순환
공공갈등관리의 다섯 가지 개념은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갈등은 먼저 성장의 계기가 된다. 갈등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배우고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은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찾는 기회로 이어진다. 그리고 기회는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협력이 지속되면 공동의 목표를 발견하게 되고 이는 합의로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합의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소통이다. 소통은 신뢰를 형성하고 신뢰는 다음 갈등을 예방한다.
즉, 공공갈등관리는 ‘성장 → 기회 → 협력 → 합의 → 소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이다. 이 다섯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지속가능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가능해진다.
맺음말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이 유능한 정부를 만든다
21세기 행정의 경쟁력은 정책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 가에 있지 않다.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얼마나 민주적이고 생산적으로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다.
갈등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갈등을 억압하면 불신이 쌓이고 사회적 분열이 심화된다. 반대로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면 공동체의 신뢰와 역량이 강화된다.
앞으로 공직자와 군무원에게 필요한 역량은 명령하는 힘이 아니라 조정하는 힘이며,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협력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 또한 설명하는 능력을 넘어 경청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유능한 정부는 갈등이 없는 정부가 아니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갈등을 성장의 자산으로 만들며, 기회와 협력, 합의와 소통으로 전환하는 정부이다. 갈등을 사회적 자산으로 바꾸는 행정, 그것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과 성숙한 민주사회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길이 될 것이다.
[주요 참고자료]
1) Carpenter, S. L., & Kennedy, W. J. D. (1988). "Managing Public Disputes: A Practical Guide for Government", Business, and Citizens' Groups. Jossey-Bass.
2) Fisher, R., Ury, W., & Patton, B. (2011). "Getting to Yes". Penguin Books.
3) Christensen, K. S. (1985). "Coping with Uncertainty in Planning." 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4) Ansell, C., & Gash, A. (2008). "Collaborative Governance in Theory and Practice".
5) Innes, J. E., & Booher, D. E. (2010). "Planning with Complexity".
6) Forester, J. (1989). "Planning in the Face of Power".
7) 윤성식 외. "공공갈등관리론".
8) 국무조정실. "공공갈등관리 기본지침".
9) 이성근, 최성연(2019). "공공계획론" 개정판. 법문사.
10) 이성근(2006). "정책계획론". 법문사.
11) 우동기, 이성근, 박재호, 정준표, 장영두(2003). "성공전략 협상".
영남대학교 출판부.
[공군본부 갈등관리 특강 준비자료, 티스토리 연재]
1) 갈등을 성장으로 바꾸는 힘
2) 갈등을 기회로 바꾸는 유능한 정부의 조건
3) 갈등을 협력으로 바꾸는 힘
4) 갈등을 합의로 바꾸는 정부의 역할
5) 갈등을 소통으로 바꾸는 공직자의 역량
"이 다섯 편은 각각 독립된 주제이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결국 공공갈등관리의 핵심은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기회·협력·합의·소통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며, 이것이 유능한 정부와 성숙한 민주사회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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