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다시 생각하다: 고은층의 마음공부와 인생을 바꾸는 생각의 철학(2)"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 행정학박사
서문
보이지 않는 생각이 보이는 인생을 만든다
필자는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생각은 쉼 없이 마음을 드나든다. 기쁨도 생각에서 시작되고, 근심도 생각에서 시작된다. 희망도 생각에서 싹트고, 후회 또한 생각에서 자라난다. 결국 필자의 하루는 생각으로 열고 생각으로 닫는다. 인생은 눈에 보이는 사건보다 보이지 않는 생각에 의해 더 깊이 빚어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수년 전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에서 「마음의 곳간에 어떠한 생각을 채울 것인가? 생각에 대한 논의」라는 글을 통해 생각의 의미와 중요성, 생각의 유형과 기술을 정리한 바 있다. 그때의 관심이 생각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데 있었다면, 오늘의 관심은 생각을 다시 성찰하는 데 있다. 세월이 흐르고 고은층으로 살아가는 지금, 생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조금씩 깊어졌다. 이제는 생각을 설명하기보다 생각을 돌아보게 되었고, 생각의 방법보다 생각의 방향을 먼저 묻게 되었다.
요즈음 필자는 문득 이런 질문을 자주 스스로에게 던진다.
‘오늘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같은 하루를 살아도 어떤 사람은 감사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어떤 사람은 후회 속에서 하루를 닫는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어떤 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어떤 이는 부족함만을 바라본다. 세상이 달라서가 아니라 마음을 채우고 있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품고 있는 생각만큼 세상을 보고, 자신이 키워 온 생각만큼 인생을 살아간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조금씩 어둔해가지만 마음까지 함께 그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생각을 먹고 자라며, 생각은 마음의 품격을 만든다. 몸은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지만 마음은 생각으로 삶의 깊이를 키운다. 그래서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고은층에게는 무엇을 이루었는가 보다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남은 세월의 길이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떤 생각으로 채워 갈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생각은 보이는 인생을 만든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되며, 마침내 한 사람의 운명과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결국 인생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품고 살아온 생각이 조금씩 쌓여 완성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생각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더 많이 생각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갈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 글은 바로 그 물음에서 시작된다.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지며, 삶이 달라지면 결국 인생도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마음의 곳간에는 무엇을 채울 것인가?
사람은 태어날 때 두 개의 곳간을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 하나는 몸의 곳간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곳간이다.
몸의 곳간은 음식으로 채워진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은 건강해지고, 그렇지 못하면 이상이 생긴다. 마음의 곳간도 다르지 않다. 마음은 생각이라는 양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어떤 생각을 품느냐에 따라 마음의 건강과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몸은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성장하지만 마음은 나이만으로 성숙하지 않는다. 마음은 좋은 생각을 반복하여 품을 때 조금씩 깊어지고 넓어진다.
감사를 담으면 마음은 따뜻해지고, 희망을 담으면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 용서를 담으면 마음은 평안을 얻고, 사랑을 담으면 세상은 조금 더 넓어진다. 반대로 불평과 불만을 오래 품으면 마음은 점점 좁아지고, 욕심과 두려움을 쌓아 두면 삶은 늘 부족함 속에 머물게 된다.
결국 인생은 자신이 가장 오래 품고 살아온 생각을 닮아 간다.
몸의 곳간은 시간이 지나면 비워지지만, 마음의 곳간은 좋은 생각을 채울수록 더욱 풍성해진다. 그래서 인생의 진정한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마음의 곳간에 좋은 생각을 많이 간직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좋은 인생은 화려한 성공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마음의 곳간에 어떤 생각 하나를 담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작은 결심에서 시작된다.
생각에도 깊이와 넓이와 높이가 있다
모든 생각이 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생각에도 깊이가 있고, 넓이가 있으며, 높이가 있다.
깊은 생각은 현상보다 본질을 바라본다. 눈앞의 결과보다 그 이면의 의미를 살피고, 당장의 손익보다 삶의 방향을 묻는다.
넓은 생각은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을 품는다. 가족을 생각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며, 미래 세대를 함께 생각한다. 자기만을 위한 생각은 삶을 좁게 만들지만, 함께 살아갈 사람을 품는 생각은 인생을 넓게 만든다.
높은 생각은 이익보다 가치를 선택한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 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그래서 높은 생각은 자연스럽게 책임과 나눔으로 이어진다.
젊은 시절에는 성공을 꿈꾸는 생각이 삶을 이끌었다면, 고은층에게는 참된 의미를 찾는 생각이 삶을 이끌어야 한다. 경쟁보다 공존을, 소유보다 나눔을,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생각할 때 비로소 삶은 깊이를 얻는다.
생각의 품격은 학력이나 지식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살아왔는가 보다 얼마나 깊이 생각하며 살아왔는가에서 비롯된다.
고은층의 아름다움은 얼굴의 주름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에 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흐르지만, 생각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인생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인생의 후반부는 새로운 성공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의 품격을 완성해 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생각은 선택이고, 선택은 운명이 된다
우리는 흔히 운명이 삶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운명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하여 선택한 생각들이 만들어 낸 결과인 경우가 많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선다. 말을 할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미워할 것인가. 감사할 것인가, 불평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생각은 씨앗과 같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열매가 달라지듯, 어떤 생각을 품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 희망을 심으면 용기가 자라고, 감사를 심으면 행복이 자라며, 사랑을 심으면 관계가 깊어진다. 반대로 불신을 심으면 갈등이 자라고, 두려움을 심으면 기회는 멀어진다.
사람들은 큰 결심이 인생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작은 생각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 하루의 첫 생각이 하루의 분위기를 만들고, 반복되는 생각이 습관을 만들며, 습관은 결국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고은층이 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많은 것을 새롭게 시작하기보다 무엇을 남기며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 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먼저 묻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생각을 선택하고 있다. 결국 생각을 선택하는 일은 곧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고은층의 마음공부는 생각공부에서 시작된다
인생의 후반부에는 몸을 돌보는 일만큼 마음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 몸은 운동으로 단련할 수 있지만 마음은 생각을 다스릴 때 비로소 건강해진다.
젊은 시절에는 세상을 배우기 위해 공부했다면, 이제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그 공부의 시작이 바로 생각공부이다.
생각공부란 어려운 철학을 배우는 일이 아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자신의 생각을 살피는 일이다. 오늘 어떤 생각을 했는지, 누구를 그리워했는지, 무엇에 감사했는지, 무엇을 걱정했는지를 조용히 돌아보는 것이다.
필자는 요즈음 하루를 닫으면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곤 한다.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생각했는가?’
‘오늘 나의 생각이 이웃을 이롭게 하였는가, 아니면 상처를 주었는가?’
‘오늘 나는 희망을 키웠는가, 걱정을 키웠는가?’
이러한 질문은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람은 질문하는 만큼 성장하고, 성찰하는 만큼 깊어진다.
고은층의 마음공부는 더 많이 아는 데 있지 않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감사하며, 더 많이 내려놓는 데 있다. 삶의 무게는 세월이 아니라 집착에서 생기고, 마음의 평안은 소유가 아니라 생각의 방향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생각공부는 평생 지속해야 할 마지막 공부이며,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완성하는 공부이기도 하다.
맺음말
생각을 바꾸면 인생의 계절도 바뀐다
사람들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 하지만 사람 또한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은 오늘부터라도 바꿀 수 있다.
생각이 바뀌면 말이 달라지고, 말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진다. 행동이 달라지면 삶의 모습이 달라지고, 결국 인생의 방향까지 달라진다. 그래서 인생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은 환경이 아니라 생각에 있다.
고은층은 인생의 황혼이 아니라 사색이 가장 깊어지는 결실의 계절이다. 많은 것을 이루는 시기보다 많은 것을 이해하는 시기이며, 더 많이 소유하는 때보다 더 많이 나누는 때이다. 이제는 성공보다 성숙을, 경쟁보다 공존을, 욕심보다 감사와 평안을 선택하는 삶이 더욱 아름답다.
생각은 보이지 않지만 삶은 생각을 닮는다. 마음은 생각을 먹고 자라며, 인격은 생각을 따라 깊어진다. 그러므로 좋은 인생은 좋은 생각에서 시작되고, 품격 있는 고은은 품격 있는 생각에서 완성된다.
필자는 이제 「생각에 대한 논의」를 넘어 「생각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이 글을 통해 한 가지를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생각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인생의 진정한 변화는 생각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오늘 우리는 다시 묻는다.
지금 내 마음의 곳간에는 어떤 생각이 머물고 있는가?
그 질문을 잊지 않는 한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새롭게 시작될 수 있다. 생각을 바꾸는 순간, 인생의 계절도 함께 바뀌기 때문이다.
생각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삶을 빚어 가는 손이다. 좋은 생각은 좋은 마음에서 태어나고, 좋은 마음은 끊임없는 마음공부와 마음훈육을 통해 자라난다. 결국 사람은 생각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러 온 마음대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인생의 후반부는 무엇보다 마음을 배우고, 생각을 다듬으며, 삶을 새롭게 빚어 가는 시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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