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모든 것을 수용하는 융합적 특성이 있다. 물의 철학적 개념의 하나로 융합을 든다.
융합은 서로 다른 것이 섞여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에너지가 하나로 융합되면서 극대화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의미를 깆는다.
최근 융합 개념이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IT기술과 같은 과학기술융합에서 제도적 융합, 문화적 융합, 의식적 융합 등 사회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몇 사람의 연구진이 개발한 H2O 지역개발이론의 여섯 가지 실천전략 가운데 하나도 융합전략이다.
융합사회는 융합과정을 통해 단순히 기술이 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 시장, 장르 그리고 정보 수용자 간의 관계 등 사회전반을 변화시키고 선도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융합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간 정부에서는 융합연구를 지원해 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학제 간 융합연구 지원사업이다.
이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과학적 합리성, 인문적 상상력 및 예술적 창의성 등을 통해 해결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소통의 활성화, 인문・이공 통합 마인드를 지닌 인재양성은 물론 사회적 문제해결방식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 개념은 사회생활에서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칸막이 내에서만 머무르면 전체를 보지 못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창의적 신규사업안을 떠올렸다가도 이것이 다른 사람의 업무분장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혹은 괜히 복잡한 일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면서 결국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수동적 자세는 결국 자신과 조직과 지역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서로 다른 분야와 조직 간의 협업에는 일정한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이에 대한 화합과 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발전적 융합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과제가 된다.
융합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협력의 전략이다. 파트너십, 공동작업, 통합적 접근 등을 통해 다양한 조직이 공유된 목적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목적을 공유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정보와 지식이 공유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공동생산의 전략이다. 융합사회에서는 공공서비스에 있어 공급자와 소비자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가 공공정책과 서비스의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역량을 강화함으로서 궁극적인 목적을 공동으로 달성하게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다양한 지역사회를 위한 전략이다. 현대사회는 다문화사회로 다양한 인종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창조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사회이다. 그 지역에 화가, 무용가, 작가, 배우 등 예술가들이 얼마나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보헤미안지수나 동성애자가 얼마나 사는지를 나타내는 게이지수 등은 첨단기술산업이 밀집한 창조적인 지역사회일수록 높다는 연구가 있다.
다양성의 사회에서 융합과 이를 위한 관용의 정신은 새로운 사회로의 도약과 미래 지역사회를 위한 실행전략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구일보, 2012. 6. 14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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