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나스 관리에서 배우는 사람 관리의 지혜: 팔방미인을 키우는 여덟 가지 성찰"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글을 시작하며,
식물과 인간, 관리의 본질에서 만나다
식물과 인간은 생명의 양식에서 서로 다르지만, ‘잘 살리고 잘 살기 위한 관리’라는 점에서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필자는 근석농장에서 아마나스 하귤나무를 키우며, 아마나스의 관리 방식이 사람 관리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나스는 탱자나무에 접을 붙여 키우는 하귤로, 본성을 다스리지 않으면 다시 탱자로 되돌아가는 속성을 지닌다. 해마다 적절한 전정과 주의깊은 관리 없이는 좋은 열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훈육과 성찰 없이 지나치면 자기중심과 이기심으로 흐르기 쉽다.
이 글은 아마나스의 여덟 가지 관리 방식을 통해 사람의 성장을 조화롭게 이끄는 방법을 살펴보고, 이를 다재다능한 인재, 즉 '팔방미인'으로 길러가는 통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잘라냄’과 ‘비움’은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첫째, 아마나스는 죽은 가지부터 잘라낸다. 생명력 없는 가지는 살아 있는 줄기의 성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 또한 불필요한 관계, 낡은 사고, 지나간 감정을 끊어내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둘째, 독불장군처럼 혼자 키 큰 가지는 제거한다. 이는 조화로운 생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독주하는 개인은 조직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지금은 구성원 간의 조화와 협력이 더욱 중요한 공유와 협업의 시대가 되었다.
셋째, 바람과 햇빛을 가로막는 가지도 제거한다. 이는 다른 열매의 성장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공동체 내 이기적인 행동이 타인과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반성하게 한다.
‘공생’은 세대와 가치를 아우르는 상생과 공존의 미덕이다
넷째, 아마나스는 열매와 꽃이 동시에 맺히는 특징을 지닌 하귤이다. 하나의 나무 안에 어제의 꽃인 열매가 달려 있고 내일의 열매가 될 꽃이 공존한다. 이는 고령자와 청년,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와 닮아 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존의 태도가 요구된다.
다섯째, 아마나스는 꽃이 너무 많으면 열매가 작게 맺힌다. 스스로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화려하고 말만 앞서는 사람은 깊이 있는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절제된 자세와 내실이 진정한 성숙을 이끈다.
‘구조’와 ‘역할’의 조화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의 힘이다
여섯째, 아마나스 나무의 구조에는 ‘3:3:3의 법칙’이 적용된다. 큰 기둥 세 개, 중간 줄기 세 개, 작은 가지 세 개로 균형 있게 형성된다. 이 구조에서 벗어난 가지는 밑둥까지 과감히 잘라내고, 절단면에 약을 바른다. 이러한 타원형 부채형 구조는 인간의 신체나 조직 체계에 비유할 수 있다.
일곱째, 열매는 큰 줄기가 아니라 작은 가지에서 열린다. 큰 줄기는 구조를 지탱하지만, 실제 결실은 작고 정교한 가지에서 맺힌다. 이는 국가나 사회의 발전도 소수 엘리트가 아닌 다수 시민의 참여와 역할분담, 그리고 책무성에 충실한 실천에서 비롯됨을 상기시킨다.
‘외형’보다 ‘내면’은 팔방미인의 충분조건이다
여덟째, 아마나스를 아는 사람들은 열매의 외형이 조금 미흡하더라도 그 가치를 신뢰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내실이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외모나 말솜씨보다 내면의 진정성, 도덕성, 성실함이 점점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결국, 아마나스가 팔방미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 여덟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잘 관리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면 균형 잡힌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 훈육, 자기성찰, 배려, 절제, 그리고 내면의 깊이 같은 요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팔방미인’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글을 마치며,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가르친다
아마나스를 가꾸는 농부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 가지를 치고 나무의 수형을 다듬는 데 온 정성을 쏟는다. 이러한 관리 방식은 단순한 과수 기술이 아니라 삶의 원리이자 사람을 성장시키는 지혜로 연결된다.
훈육과 자기 관리가 없는 사람은 원래의 본성으로 돌아가기 쉽고, 제어와 절제가 없는 삶은 타인의 성장을 방해한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가르친다. 우리는 그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겸손과 성찰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역시 각자의 삶에서 열매를 맺고 또 다른 꽃을 피우며, 공존과 조화의 삶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
필자는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에 거주한 지 3년째이며, 한림 금능 지역의 근석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마나스라는 하귤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비록 하귤나무 관리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퇴비를 주고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마나스를 구매하러 온 한 부부로부터 아마나스 나무의 전지 방법과 관리 방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내용을 듣던 중, 문득 아마나스의 성장관리 방식이 사람의 성장관리 방식과 매우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된다.
식물의 생장은 자연의 법칙에 따르듯, 인간의 성장 또한 일정한 삶의 법칙과 관리의 원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자연법칙과 인간법칙이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참고자료
1) 팔방 미인은 한국에서 여러 가지 일을 잘하고,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을 칭찬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주로 여성에게 사용되지만, 남성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다재다능한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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