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나의 인생 후반전의 지향가치인 귀전선린의 생활에서 자연스레 만난 따뜻하고 합리적이며, 그리고 선한 이웃들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귀전선린의 만남은 팔공산 전원생활에서 만난 따뜻한 두 이웃에 관한 글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바랬던 전원생활을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하다가 정년 이 년을 앞두고 팔공산 자락 덕곡동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여 삼 년을 보냈다.
이 기간에 따뜻한 두 이웃을 만나고 사귀었다. 한 사람은 이 동네의 토박이 김태돌 회장님(이하 존칭생략)이고 다른 한 사람은 대구에서 이사 온 재택근무를 하는 이동통신사업가 이우백 대표님(이하 존칭생략)이다.
우리 세 사람은 매일 아침 다섯 시 반에 만나 함께 산행을 하였고 가끔 동네 청소도 하였으며 내가 사는 집의 뒷모퉁이에 공동으로 닭장을 만들어 닭도 키워보았다. 또한 자유스런 식사모임과 차담시간도 자주 가졌다. 그야말로 성공을 이끄는 'DSC/Driven the success club'의 형님 동생으로 부르는 삼 형제이었다.
하나는 매일 이른 아침에 세 사람이 함께한 산행길의 소개이다.
아침 산행길에서 세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걷는다. 어떨 때는 대화를 나누고 어떨 때는 말없이 걸었다.
대화 중에도 부부간 불평불만의 얘기도 나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게 기억난다. "새사람을 만나 새로 시작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맞추어 나가는 수고와 지금의 사람과 안 맞지만 그냥 참고 참으며 힘들게 살아갈 수고와 비교하여 후자보다 전자가 쉬울 것 같으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라."고 말하였다. 그러면 두 사람 모두 전자보다 후자가 쉬울 거라고 말한다. 그런 사이에 우리는 산 중턱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리가 가는 산 중턱의 목적지에는 각자의 정해진 소나무와 바위가 있다. 이 결정에 두 사람은 내가 나이가 많다고 먼저 정하게 배려하였다. 각자의 소나무와 바위는 형님 먼저 동생 먼저 하면서 정해진 것이다.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각자의 정해진 소나무에서 등치기와 배치기를 십여 분 동안 한다. 그리고 각자의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같은 시간으로 명상을 하고 되돌아온다.
이른 아침에 우리는 꼬불꼬불한 산책 길을 걷다보면 좌우편의 밭에 이침 이슬을 머금은 먹음직한 채소와 과일을 눈요기하면서 걷는다. 봄날에는 싱싱한 채소와 봄 과일을 여름에는 여름 채소와 자두와 복승아를 가을에는 탐스러운 홍시를 보먼서 걷는다. 그럴 때면 나와 이 대표는 가끔 손에 잡히는 홍시를 따먹기도 한다. 그러면 김 회장은 "농민은 남의 밭에 자라는 채소와 과일에 절대로 손대지 않는 것이 관습"이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주의와 가르침을 준다. 농민에게는 농사가 가장 소중한 자산이고 우리가 무심결에 따먹는 홍시는 남의 물건을 훔치는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다.
둘은 세 사람이 의기투합으로 함께한 동네 청소이다.
팔공산지역은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점이지대이다. 점이지대는 도시와 농촌의 성격이 혼재된 한계지역으로도 부른다. 과거는 농촌지역이었으나 현재는 도시지역화가 진행되는 지역이다. 이로 인해 팔공산지역은 농촌적 삶과 도시적 삶이 함께하고 있다.
팔공산 점이지대의 주민구성은 크게 원주민과 도시이주민이다.
원주민의 대부분은 고령자이다. 아직도 일부 원주민은 오랜 관습에 따라 생활쓰레기, 농업쓰레기, 농사용 쓰레기를 하천에 내다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도 동네하천을 쓰레기처분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였다.
도시이주민은 전원생활 목적의 이주민과 상업목적의 이주민으로 구분된다. 전원생활 목적의 이주민은 고령의 은퇴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일부는 주거정비 폐기물의 도로변 무단투기, 차량으로 이동해서 인근 타지역에 투기, 울타리내 지향적 생활의식으로 마을 바깥에 무관심한 행태를 보여 마을공동체 규범에 동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상업목적의 일부 이주민은 상업용 폐기물의 소각, 오수의 하천방기의 환경행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들 외에 도시방문객과 도시근로자, 그리고 부동산 디벨로퍼의 환경의식도 문제이다. 일부 도시방문객과 도시근로자는 일반쓰레기를 자연과 도로에 무단으로 내버리는 비양심적 행태를 보인다. 일부 부동산 디벨로퍼는 건축물 폐기물의 분리수거 미흡과 도로변 무단투기 등의 행태를 나타낸다.
우리 세 사람이 아침 산행길에서 동네를 지나치다 보면 여러 보기 흉한 쓰레기를 보게 된다.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새마을 정신으로 동네청소도 가끔 하곤 하였다. 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의 3대 정신이 근면 자조 협동이고 우리는 작지만 자조 협동을 실천한 셈이 된다.
셋은 닭을 키우면서 알게 된 놀라운 경험이다.
내가 거처하는 집에 세 사람이 공동으로 닭장을 만들고 경산에서 양계업을 하는 제자에게 다섯 마리의 닭을 얻어와 키운 일이다. 처음 한동안은 하루에 네댓 개씩 알을 낳았으나 어느날 갑자기 알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여 들여다보니 알을 낳자마자 서로 나누어 먹는 것을 보았다.
어릴 때 기억으로 시골 닭은 자기앍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닭을 처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닭을 잡아 회식한 일이 생각난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나한테 한 마리는 두어 보자 하여 그렇게 하였다. 나는 아침 산책길에 아카시아와 뽕나무 잎을 따와서 닭에게 먹이로 주기도 하였다. 닭은 내가 주는 먹이를 잘 쪼아 먹었다.
어느날 문득 이 닭의 알이 생각나 닭장 안을 두리번거렸으나 알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모이통의 확인과 물을 갈아주기 위해 닭장 안에 들어갔다가 궁금하여 바닥에 깔아놓은 왕겨를 뒤집어보니 거기에 몇 개의 알이 보였다. 나는 남겨둔 한 마리의 닭이 자기가 낳은 알을 왕겨 밑에 숨겨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 닭들이 자기들이 낳은 알을 먹어치우기에 회식하기로 결정하고 김 회장과 내가 닭장에 들어가 김 회장이 닭을 잡을 때 내가 무심코 "사람이든 짐승이든 주인에게 충성하지 않으면 골로 보내야 한다."고 농담조로 말하였는데 남은 한 마리의 닭이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머리가 나쁜 사람을 '닭대가리'라고 비하하여 부르는데 이 일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 자료를 검색하여 보니 닭의 지능이 일곱살 정도 아이의 지능과 비슷하다는 자료를 보았다.
그 이후 나는 닭을 키우면서 특별히 경험한 두가지의 일이 생각난다.
나는 집 마당에 이십여 평의 텃밭을 장만하여 다양한 채소를 친환경 농법으로 키웠다.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잡초뽑기와 채소관리를 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렁이와 채소벌레와 지네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이들을 잡아 닭에게 가져가 먹게 하였다. 여기에서 닭은 두 가지 특별한 행동을 보인다. 벌레와 지렁이를 던져주면 단번에 부리로 먹어치운다. 그러나 지네를 던져주면 단번에 먹지않는다. 처음에는 부리로 몇번 쪼아 기절시킨다. 잠시 다른 먹이를 먹다 지네가 다시 깨어나면 다시 부리로 쪼아 기절시킨다. 이런 행동을 몇 차례 반복한 후에 먹어치운다.
나는 닭의 이런 행동을 보고 몹시 궁금하게 생각하였다. 내가 키우는 닭은 양계이다. 양계는 부화업자가 알을 부화하여 몇 주 키운 병아리를 양계업자가 구입하여 양계장에 넣어 모이를 주고 양계는 알만 낳아 한번도 벌레와 지렁이, 그리고 지네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두고 닭의 유전자가 이유라고 생각하였다. 닭의 유전인자가 바로 먹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경험이 아닌 유전인자가 그렇게 행동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최근 사람도 유전인자를 다루는 사례는 많다. 사람의 성격과 체질, 질병과 범죄, 지능과 수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인자를 중요한 요인으로 하여 다루고 있다.
넷은 텃밭농사와 공생의 배려이다. 특별히 덕곡동 토박이 김 회장의 공생의 배려에 대한 소개이다.
나는 집마당 한 쪽에 텃밭을 만들고 여러 종류의 채소를 키웠다.
나름대로 친환경으로 채소를 키우다보니 벌레가 채소를 먹어 직접 벌레를 잡곤 하였다. 그 가운데 특별히 기억나는것이 배추벌레이다.
배추벌레 가운데 일반 달팽이 처럼 생긴 자그마한 배추달팽이가 있다. 나는 배추 잎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것을 보고 아침 산책길에 김 회장께 왜 그런지 물어보았다. 김 회장은 "배추달팽이는 아침 해 뜰 녁 배추에서 기어나와 배추를 갉아먹고 해 뜨면 배추에 숨어 하루를 지내고 다음날 아침 다시 기어나와서 배추를 갉아먹으며 살아간다."고 하였다.
나는 아침 산책길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배추달팽이를 젓가락으로 잡아 조그만 병에 넣었다가 이를 닭장에서 키우는 닭에게 모이로 주었다.
어느 날 이를 본 김 회장이 나에게 "배추달팽이도 먹고 사람도 먹어야 되지 않느냐면서 힘들게 벌레를 잡는 것을 그만두라."고 하였다.
김 회장의 말은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배려의 자세에서 나온 말로 받아들여졌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과 자연이 공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구체적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게 사실이다. 나는 이 일로 배려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았다. 당시 내가 팔공산 텃밭에서 배추달팽이를 잡을 때 그 달팽이는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근 제주 한림의 텃밭에서 일하다 지나가는 뱀을 보고 사용하던 삽으로 흙을 떠서 던졌더니 그 뱀이 고개를 돌려 잠시 나를 보고 다시 가던 길을 가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팔공산 텃밭의 배추달팽이와 제주 한림 텃밭의 뱀은 공히 나를 보고 "인간이 왜 저래?"하였을성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인간은 자연의 다양한 배려 속에서 성장하고 존재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배려 개념이 부족하고 배려심에 인색하다.
이 글을 마치면서 팔공산 덕곡동 전원생활에서 만난 따뜻한 두 이웃을 다시 생각해 본다.
먼저 덕곡동 토박이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이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동생이 김 회장님"이고 그가 나에게 가장 즐겨 쓰는 말은 "언제 닭 한 마리 잡고 막걸리 한 잔 하자."이다. 그래서 나는 김 회장을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솔직한 이웃이라 부른다.
다음은 대구에서 이사 온 이 대표이다.
이 대표는 나에게 명절마다 빠짐없이 안부 전화를 한다. 나는 이를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신의와 의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최근 카톡으로 "지난달에 아들 내외가 저에게 손자를 안겨 주었습니다."라는 자신의 기쁨을 문자로 보내왔다. 이것 또한 나를 배려한 착한 마음씨다.
아울러 팔공산 전원생활의 네 가지 추억과 교훈을 소환해 본다.
1.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새사람을 만나 새로 시작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맞추어 나가는 수고와 지금의 사람과 안 맞지만 그냥 참고 참으며 힘들게 살아갈 수고와 비교하여 후자보다 전자가 쉬울 것 같으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라"
"농민은 남의 밭에 자라는 채소와 과일에 절대로 손대지 않는 것이 관습이다."
2. 함께한 동네청소에서,
"우리 국민들의 환경의식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
"우리는 작지만 새마을 정신의 '자조와 협동'을 실천한 셈이다."
3. 닭을 키우면서 알게 된 놀라운 경험에서
"닭도 사랑을 주면 되갚는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가?
"미물이든 사람이든 유전인자가 결정적이리만큼 중요하다." 나는 평생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르치는 일에 종사했다. 내가 평생 한 일이 부끄럽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4. 텃밭농사에서 김 회장은
"배추달팽이도 먹고 사람도 먹어야 되지 않느냐면서 힘들게 벌레를 잡는 것을 그만두라."고 하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팔공산 텃밭의 배추달팽이와 제주 한림 텃밭의 뱀은 공히 나를 보고 "인간이 왜 저래?"하였을성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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