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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리프킨 교수가 2000년에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는 글을 쓴 이래,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생활의 지배적 요소 중 하나가 접속이다. 이는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시・공간이 따로 없다. 아침에 출근하면 접속으로 업무가 시작된다. 이동 중에도 계속 접속을 시도한다. 전 세계인이 접속 가운데서 일상생활이 영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접속은 기술이나 데이터에 의한 협의의 접속에서 광범위한 사회적 맥락의 접속으로 확대되고 있다. 접속시대의 시장경제는 네트워크경제로, 자본주의의 소유개념은 공유경제로 점차 변화되고 있다. 네트워크는 접속시대에 세계로 가는 관문이다. 네트워크경제에서 시장의 주체는 종래의 판매자와 구매자에서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뀌고 이들간에 전략적 제휴와 자원의 공유, 그리고 이익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공유는 각종 재화와 용역 등을 소유하는 대신 임대 등의 방식으로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토대로 한 경제가 공유경제이다.

접속시대의 기업은 집합자원을 공유자원화하고, 이를 플랫폼이라는 인프라를 구축하여 광범위한 공급자와 사용자간에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적 공유의 형태를 취한다. 네트워크시대는 가치있는 지적 자본의 축적을 지향한다. 기업의 성공은 고객과의 긴밀한 유대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소비자의 의식은 소유에서 접속을 통해 단기 대여, 임대, 회원제와 같은 공유형태를 선호하게 되었다. 예컨대 유아용 장난감과 가정・직장에서 필요한 가구를 선택하고 일정기간 임대해서 사용하는 공유시스템이 좋은 사례가 된다.

접속의 시대에 네트워크경제와 협력적 공유경제로 확대되는 데는 전통적 자본주의체제하의 자기중심적 의식에서 공감의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회적 신뢰는 공감의 토대위에서 형성되고 공감은 긍정적 마인드에 기반한 감정으로 친밀성과 상호존중,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형성된다.

이와 같은 접속시대에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문화상품의 개발, 건강한 시민의식 교육,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녹생성장의 기제,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접속시대에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문화상품의 개발수요가 확대된다. 특히 음악, 놀이, 식품 등 많은 부문에서 융합화가 일어나고, 공감을 얻을 경우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된다. 따라서 새로운 문화콘텐츠와 문화상품의 개발과 함께 지역화와 세계화 전략이 요구된다.

다음으로 접속의 시대에는 협력적 공유사회에 필요한 시민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시민교육은 협업적 공유사회에서 책임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성교육, 민주교육, 안전교육, 봉사교육 등 인간교육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특히 학교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한다. 예컨대 자라나는 유소년 학생들에게는 자연생태에 관한 학습을 위해 동물원이나 수목원 등 현장견학이 학습효과가 높다고 한다. 이는 독일의 지역사회 교육시스템이 탁월하다. 아울러 시민교육과정은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단체가 공동참여하는 체험학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확대하고 타인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지역문화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다른 한편 접속의 시대에는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공유와 그 대응을 위해 협력적 공유사회체제가 요구된다. 기후변화의 효과적 대응은 지역적 협력적 상향적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지구촌의 상생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활동으로. 공감의 바탕 위에서 접속의 역할이 크게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접속의 시대에는 정부의 역할로 보통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 활동에 접근할 수 있는 안정된 접속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접속의 권리는 개인의 자유를 재는 잣대이다. 정부의 역할은 사람들이 사이버공간상에서 원활한 의사소통과 사회・경제활동과 학습활동을 위해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도록 스마트 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대구일보, 2014.10.28/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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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형태는 과거의 작은 정부에서 지금의 큰 정부로 진화해 왔다. 큰 정부는 하는 일이 많고 돈도 많이 쓴다. 정부가 하는 일은 주로 정책과 계획으로 선언되고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으로 구체화 된다. 정부의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은 일시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장기간에 걸쳐서 사업이 추진된다. 또한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고 전환과 회복이 불가능한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과 계획은 타당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역대정부의 중요 정책과 계획의 일부는 논란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차기정부는 정책실패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선의 정책공약부터 타당해야 하고, 향후 정책운용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역대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원인을 알아보고 제언을 해 보기로 한다.
필자는 정책실패를 최소화하는 정부가 유능한 정부라고 믿고 있다.



역대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가비전과 국정과제, 그리고 실행 로드맵을 마련하고 발표한다. 또한 과거정부의 중요정책의 일부는 새 정부에 의해 다시 평가를 받는다. 성공한 정책보다는 실패한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와 같이 역대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대부분 비판적이다. 왜 그런가? 관행인가? 정책실패 때문인가?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과 계획은 국가발전은 물론이고 지역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민간 기업과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도 그렇다. 그러므로 정부정책은 타당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 정부정책은 입안과 결정, 집행과 결과 그리고 환류가 체계적이고 순환적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정책형성은 어떠한가? 왜 정책실패는 반복해서 일어나는가?
첫째는 정책 초기단계인 정책아젠다 설정이 정치적이라는데 있다. 우리의 정책아젠다는 대통령 선거공약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여기에다 정치권과 이익집단의 개입, 그리고 정부 부처별 이기주의의 정책개발이다. 여기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사전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선거공약이다. 특히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새 정부의 정책차별성에 매몰되어 합리성을 결여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객관적 자료에 기반한 정책개발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빅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논의가 많으나 실제 정책개발에 활용이 미흡한 수준이다. 이는 정책개발이 정확한 미래예측보다 모방성과 정치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는 정책개발자의 역량과 자질의 문제이다. 모든 정책형성에는 대상에 대한 지식과 절차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대부분 정책개발자의 역량은 한쪽은 강하나 다른 한쪽은 약하다. 따라서 정책형성과정에서 전체적이고 유기체적 접근보다는 부분적이고 원자론적 접근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정책은 태생부터 합리적인 정책에 한계를 가진다.
넷째는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정책균형성의 결여이다. 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후진국에서는 산출단계에서 참여와 논쟁이 보장되고 선진국에서는 투입단계에서 참여와 논쟁이 보장된다. 후자는 시장과 정부 간 역할의 조화와 균형의 문제이다. 그간 정부정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부중심의 정책결정이 대부분이다.
다섯째는 정책집행과정에서 소통과 협업적 접근이 미흡하다. 중앙정부는 시장과 정부, 중앙과 지방의 관계에서 쌍방적이기보다는 일방적이다.
규제개혁과 지방분권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정책입안과 정책집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성과 평가와 환류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에는 공과 과가 있게 마련이다. 이의 정책평가와 환류가 필요하다. 우리의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 했다. 정책도 시작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정과 결과 그리고 환류가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정책운용시스템에 관한 문제이다.

지금은 대선 정국이다. 대선 후보들은 검증되지 않은 정책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일견 타당한 공약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공약도 보인다.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표퓰리즘적 정책공약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발표한 정책공약에 여론이 좋지 않으면 바로 발을 빼거나 입장을 바꿔 수정하기도 한다.
정책실패가 예상되거나 막대한 국가재정 낭비가 우려된다. 이 모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미래에 살아갈 자녀들에게 돌아갈 부담이다.

차기정부는 국가의 현안과제와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 등과 같은 미래과제를 선정하고 정책화하는데 정책형성과정과 정책운용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좋은 정책에는 준거이론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넛지이론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수년 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시카고대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행동경제학자로 ‘넛지(nudge) 이론’으로 유명하다.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이다. 이 이론은 인간이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책설계자가 부드럽게 개입하면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고 이것이 경제적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을 합리적이고 최적화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실체가 아니라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며 습관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유기체로 보았다. 세일러 교수가 속한 카네기학파와 행동경제학의 키워드는 ‘제한된 합리성’과 ‘만족’이다. 전자는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제이고 후자는 인간의 의사결정은 최적화가 아닌 만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바라건대 차기정부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넛지이론을 참고했으면 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세밀한 정책설계와 부드러운 정부개입, 시장중심의 규제개혁과 행정역량의 강화이다. 무엇보다 차기정부에서는 정책형성과정과 정책운용시스템의 일대 혁신을 바란다.

대구일보, 2017.11.1/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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