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4 갑진년 한 해를 보내면서 올해를 되돌아보고 나 자신을 성찰하고 있다.
"다산, 어른의 하루"(조윤제. 청림출판. 2022)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삶과 글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품격있는 어른의 8가지 태도 가운데 하나로 '성찰'을 들었다. 성찰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이다. 우리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필자는 올해를 성찰하기 위해 8가지 농사를 선정하고 차례대로 논의하고자 한다.
1. 나는 정신농사를 잘 지었는가?
2. 나는 몸 농사를 잘 지었는가?
3. 나는 먹는 농사와 순환농사를 잘 지었는가?
4. 나는 잠농사와 치유농사를 잘 지었는가?
5. 나는 가정농사를 잘 지었는가?
6. 나는 벗/이웃 농사를 잘 지었는가?
7. 나는 텃밭/자연 농사를 잘 지었는가?
8.나는 사회를 두텁게 하는 후생농사를 잘 지었는가?
나는 정신농사를 잘 지었는가?
"정신농사는 배움과 글쓰기, 그리고 신앙으로 채우는 마음밭"
올해 나의 정신농사는 창의적 사고와 호학하는 배움의 과정, 그리고 종교적 활동이었다.
창의적 사고 활동은 한 주에 한 두 개 정도로 카카오 티스토리에 글을 죽 써왔다. 이를 묶어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 4, 5, 6권을 출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정년이전에 써왔던 전공분야 컬럼을 재구성하여, 가벼운 책 세 권과 기 출판된 전공서적의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 활동과 같은 글 농사는 주로 서귀포 삼매봉도서관과 조용한 까페를 이용하였다.
호학하는 배움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는 명언에 기반한다. 나의 졍년 이후의 삶은 올해에도 여전히 유효하였다. 나는 주의 하루를 서귀포 복지관에 나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활용반에서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고령자는 배우면 금방 잊어버리는게 특징으로, 나도 그런 것 같다. 고령자에게는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학습의 지름길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강좌를 여러 학기째 반복해서 듣고 있다.
종교적 활동은 전지전능하고 절대자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까이 하는 것이다. 나는 코로나19 이후 서귀포 생활에서 가정예배와 기도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 그전보다 안이하고 핑계 대며 타협하는 신앙태도로 바뀐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나는 몸 농사를 잘 지었는가?
"몸 농사는 건강을 지키는 일상의 실천이 해답"
몸 농사는 신체활동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건강을 찾는 것이다. 올해 신체활동은 지난 이 년여의
오름 걷기와 헬스와 수영에서 파크 골프로 바꾸고, 헬스와 수영은 보조로 하였다.
나는 올해 파크 골프를 시작하여, 거의 매일 오후 시간은 서귀포 칠십리와 강창학 파크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금은 여기에서 좋은 동반자들을 만나 운동하고 대화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루 목표치의 몸 농사가 부족하다 싶으면, 가끔은 서귀포 국민체육센터 헬스장과 수영장에서 몸 농사를 보충하였다.
나는 먹는 농사와 순환농사를 잘 지었는가?
"먹는 농사와 순환농사는 몸을 돌보는 식단과 사이클이 중심"
먹는 농사는 삼시 세끼의 식사이고, 순환농사는 배출농사이다.
먹는 농사에서 아침과 점심의 주식은 쑥떡과 고구마를 번갈아 먹고, 낫또, 요쿠르트, 사과 등을 보조식사로 하였다. 하루 한끼는 외식을 한 편이었다.
추가로 종합 비타민과 인삼, 양파 등 건강 보조식품도 복용하였다.
금년 하반기에 매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순환의 배출농사는 먹는 농사와 인과관계가 크다. 배출농사는 땀과 오줌과 변이다. 전자의 둘은 몸이 원하는 대로 따른다. 특히 여름철의 활동에는 물과 소금을 준비한다. 그러나 후자는 시간을 놓치면 힘들어진다. 나는 아침 식후 주로 이용한다. 그러나 가끔 바쁜 아침이면 때를 놓치고, 그날 저녁에 이용하거나, 다음날 아침으로 넘어간다. 그러면 순환 싸이클이 깨져 힘든 경험을 하게 된다. 서귀포 생활에서는 순환이 원활하나, 대구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편이다.
나는 잠농사와 치유농사를 잘 지었는가?
"잠농사와 치유농사는 휴식과 회복의 시간"
잠농사는 숙면(熟眠)과 규면(規眠)과 충면(充眠)이다. 숙면은 깊은 잠을 자는 것이고, 규면은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고 깨는 것이며, 충면은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시간만큼 충분히 잠을 자는 것이다. 올해 서귀포 생활에서 숙면과 규면, 그리고 충면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간혹 숙면의 장애요인은 화장실에 가는 것이었고, 규면은 드물게 방송을 청취하다 시간을 놓친 것이며, 충면은 지인과의 약속으로 가끔 루틴을 잃은 것이었다. 대부분은 자다 깨면 일을 하고, 방송으로 규면과 충면을 지나치면 숙면으로 저절로 보충이 된다. 아직 잠농사는 비교적 규칙적이다.
치유농사는 스트레스의 해소와 휴식이다.
먼저 올 한해 스트레스는 어떠하였는가? 나이가 들어도 부부간의 대화에서 불통으로 스트레스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경우 혈압이 오르면 급하게 마음을 바로 잡는다. 지금 가족을 바꿀 능력도 없고, 바꾸어도 지금보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마찰을 줄이자'가 답이라고 생각하고, 올해를 보낸 편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배우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아니다'가 정답이라고 믿고 또 믿는다.
다음은 올 한해 휴식관리는 어떠하였는가? 우리의 많은 질병은 스트레스와 과로에 기인한다. 과로에 대한 정답은 휴식이다. 나는 젊은 시절 과로를 많이 한 편이었다. 그러나 정년 이후의 삶은 유유자적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지금의 서귀포 생활에서 과로는 글 농사와 몸 농사와 텃밭농사가 해당된다. 글 농사는 지나치다 싶으면 '고령자는 반드시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와 '오늘 반드시 무엇을 마쳐야/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는 생각을 떠올리고 바로 접는다. 이와 같은 생각은 올해도 내년에도 가질 것이다.
올해 파크 골프와 같은 몸 농사와 텃밭농사는 무리가 따랐다. 이는 나의 집중과 몰입하는 성격에 기인한다. 가끔은 과로로 입술이 부르트기도 하였다. 그러면 배우자로부터 "옛날 과로하던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하였다."는 핀잔도 종종 들었다.
나는 가정농사를 잘 지었는가?
"가정농사는 관계의 소중함을 돌아보며"
가정농사는 부부농사와 자녀농사, 그리고 집안농사이다.
부부농사는 제주와 대구를 오가는 한해를 보내면서 아쉬움이 많다. 혼자는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내가 이래 살아도 되는가 생각되기도 하고, 아내가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좋다고 배우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자녀농사는 걱정할 시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걱정이 된다. 그래서 노후에는 자식농사가 최고라고도 하고, 무자식이 상팔자라고도 하는 양면성을 가진다.
올해 집안농사는 그낭 무심한 채 보냈던 것 같다. 그래도 추석 벌초는 동생이 해결해 주었고, 동생의 자녀 혼사는 참석하였다. 종교가 같은 바로 밑 여동생 부부와는 대구 가는 길에 틈나는 대로 만남을 가졌다.
나는 벗/이웃 농사를 잘 지었는가?
"벗/이웃 농사는 소중한 인연과의 동행"
서귀포 생활의 벗 동사는 서귀삼연이다. 3년 전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 자연스레 만난 평생 중등교육계에서 일한 서울의 김 선생과 서귀포 토박이 숲 해설사 현 선생과의 지속적인 벗 농사이다. 올해 우리 세 사람은 산행도 하고, 식사모임과 차담시간도 가졌다. 드물게는 세 가족이 함께하는 기회도 가졌다.
서귀포 생활 3년 차 올해의 벗 농사는 서귀포 파크 골프장에서 만난 청주의 사업가 신 대표와 구미의 중등교사 출신 이 선생과의 가칭 '신 서귀삼연"의 벗 농사, 서귀포 복지관의 배움에서 만난 맹 선생님과의 지속적인 선린 농사, 그리고 대구에서 정년과 함께 제주로 와 중문에 사는 한참 선배 교수인 이 교수님 부부를 서귀포에서 만나 파크 골프와 차담 시간을 함께하는 선린 농사 등을 일궈나가고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서귀포의 새롭고 아름다운 동행의 벗 농사와는 달리 두 사람과의 아쉬운 벗 농사도 경험하였다. 올해 서귀포의 벗 농사에 대한 평가는 '서귀포는 사람보다 자연'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평생 교수직업에서 만났던 많은 소중한 인연들은 서귀포 생활로 인해 다소 소원한 관계로 보낸 한해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대구집에 가면 가까이 사는 이웃과 식사와 차담시간을 가졌다.
나는 텃밭/자연 농사를 잘 지었는가?
"텃밭농사는 자연과 함께하는 기쁨"
나는 한림읍 금능에 막내 매제와 공유로 텃밭을 갖고 있다. 막내 여동생이 제주 한경면에서 목장을 경영하는사위를 보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매제가 사정으로 자경에 참여하지 못하고, 내가 매제 몫을 사용대하여 텃밭농사를 하고 있다. 나는 손수 텃밭을 일구어 채소농사를 지어 대구집에 부치기도 하고, 육지의 친척에게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제주에서 만난 지인들과 조금씩 나눠 먹는다. 이럴 때, 나는 평생의 교수직분을 회상한다. 교수직은 분명히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교수직을 갑에 가까운 준 갑이라고 생각하고 지내왔다. 그 이유는 학생에게 성적도 매기고, 필요로 하는 기관에 자문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평생 주는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다. 이제 정년을 하고 작지만 직접 재배한 채소를 지인들과 나누다 보니, 기쁨이 배로 크다는 것을 느끼는 한해가 되었다. 나의 이런 나눔의 기쁨은 벌써 팔공산 전원생활에서 경험한 일이기는 하다. 팔공산 전원생활 동안은 나의 배우자도 덩달아 채소를 나눠먹는 즐거운 경험을 하였고, 지금 다시 그런 경험을 갖는 한 해가 되었지싶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 농촌 일을 구경은 하였으나 직접 농사일을 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그래서 텃밭 일을 잘 할 수가 없고, 일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점심 때를 놓치곤 하였다. 그럼에도 일을 하고 나면,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날아가리 만큼 가벼워진다. 그만큼 몰입하여 일다다 보면 기쁘고 즐거우며 마음의 평화를 가져왔다.
올해 여름에는 밭의 하귤을 당근 마켙에 올려 직접 판매도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농사로 경제행위와 작지만 농업소득을 가지는 경험을 하였다. 이런 나를 보고, 서귀삼연의 토박이 현 선생은 농사일을 그만두라고 한다. 한림 금능농장은 내가 거주하는 서귀포 혁신도시에서 한 시간여가 걸린다. 이는 내가 하는 텃밭농사에 경제성이 없고 교통상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텃밭에 겨울 채소들을 가꾸고 있고, 이들이 자라면 가족과 지인들과 나눠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사회를 두텁게 하는 후생농사를 잘 지었는가?
"후생농사는 사회를 이릅게 하는 봉사"
정년 이후 나에게 후생농사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올해도 각급 행정기관 및 단체의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한 일과 (사단법인)한국지역균형연구원 이사장과 원장의 일, 학회와 기관단체의 학술행사에 사회와 토론자로 참여한 일, 그리고 일반 및 전문의 원고와 컬럼 기고를 통한 독자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일을 하였다.
올해 나의 후생농사는 새로이 50만 이상 특례도시인 포항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일이 특별하다. 그간 맡아 계속하고 있는 대구군공항 민관군 갈등조정협의체 의장의 일과 대구 남구청의 두 개 위원회의 일, 최근에 비교적 활동이 저조하지만 (사단법인)한국지역균형연구원 이사장과 원장의 일,
(사)한국지역개발학회와 기관단체의 학술행사에 사회와 토론자로 참여한 일, 그리고 일반 및 전문의 원고와 컬럼 기고를 통한 독자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일이었다. 지난 달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주도 민생토론회에 이주민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여 제주/도민의 현안과제를 들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나는 영남대 교수로 38년을 지냈고, 지금은 같은 대학의 명예교수이다. 영남대 명예교수회는 해마다 "명예교수회지"를 발간하고 있고, 나는 오래전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재직시에 공동연구하고 대표저자로 출판한 "H2O 지역개발론을 회상"한 원고 기고와 특별기획으로 출판되는 영남대 명예교수회 편(도명기외 33인 공저). "교수들의 사제동행 이야기: 내리사랑 치사랑." 흐름. 2025(근간)에 "인생의 세 가지 길을 터주신 권태준 교수님"에 대한 글로 공저자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 글이 나의 서울대 석ㆍ박사 지도교수이신 권태준 교수님을 추모하는 마지막 글이 되어 아쉬움이 많은 한해가 되었다.
이제 나는 2024 갑진년의 보람 있었던 한 해를 아쉬움으로 떠나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를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으로 새롭고 희망차게 준비하고 맞이하고자 한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삶을 빈틈없이 살아내고자 한다."
"하루를 마치며 되돌아본다. 나는 오늘 나로 산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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