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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눈(眼目)'에 이어 "어떻게 들을 것인가?" 귀(耳)와 듣기(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귀의 듣기 기능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이는 가볍게 듣는 경청(輕聽), 주의 깊게 듣는 경청(傾聽), 겸손한 마음으로 듣는 겸청(謙聽), 진정성 있게 듣는 진청(眞聽), 마음으로 듣는 심청(心聽), 존중과 공경의 마음으로 듣는 존청(尊聽)이다.


여기서는 여섯 가지 유형의 귀의
듣기(聽) 기능을 가지고 이들의 개념과 특징, 그리고 이들의 비교와 향상 방안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한시도 빠지지 않고 함께하는 귀의 듣기 기능에 대해 인식하고 한 차원 높은 듣기의 기능 향상으로 보다 나은 인생여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나는 가볍게 듣는 경청(輕聽)이다.

경청(輕聽)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건성으로 듣는 방식이다.
집중도가 낮고 대화의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기 쉽다. 상대방이 말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가벼운 일상 대화에 적합하다. 그러나 상대방이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가볍게 듣더라도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보이고 예의를 보이며 대화에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필요하다.



둘은 주의깊게 듣는 경청(傾聽)이다.

경청(傾聽)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내용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듣기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질문을 통해 내용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그러나 주의깊게 듣는 경청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청은 끝까지 듣고 필요한 경우에 질문을 하며 적절한 눈맞춤과 신체 언어로 관심을 나타낸다.



셋은 겸손한 마음으로 듣는 겸청(謙聽)이다.

겸청은 겸손과 경청의 약자로 '아울러 듣는다'는 것이다.
"신당서(新唐書)" '위징전(魏徵傳)'에 "겸청즉명(兼聽則明)
편신즉혼(偏信則昏)"이 나온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말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두워진다'는 말이다.

겸청(謙聽)은 상대방의 의견을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관점을 존중하며 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제시한다. 상대방의 경험과 지식에서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겸청은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제시하며 항상 상대방의 말을 먼저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넷은 진정성 있게 듣는 진청(眞聽)이다.

한정선이 쓴 "소통, 진정성이 진정성을 만날 때"에서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진정성이라고 하였다.
또한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도원 의장은 "진청무이(眞聽無耳)라, 진실로 듣고자 한다면 귀가 없어야 한다"고도 하였다. 이는 듣기에 진정성과 진실된 마음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청(眞聽)은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려는 경청 방식이다.
대화에 있어 진정성과 진솔함과 상호신뢰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필요할 때는 자신의 감정도 진솔하게 표현하며 상대방에게 충분한 반응을 보여준다.



다섯은 마음으로 듣는 심청(心聽)이다.

심청과 관련한 사자성어로  
'이청득심(以聽得心)'은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으로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또한 듣기와는 다소 다르지만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심청사달(心淸事達)'이 있다.
최근 ‘마음(心)을 듣다(聽)’라는 뜻의 '심청(心聽)이’라는 봉사 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마음을 듣고 이야기하다'는 '심청연(心聽宴)'이 대학가에 붐을 일으켰다. 이 모두는 마음으로 듣는 심청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심청(心聽)은 말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말 속에 담긴 감정과 진의를 이해하고자 하는 경청이다.
상대방의 비언어적 표현, 말투, 감정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심청은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반면에 상대방의 감정을 잘못 이해하거나 과도하게 해석할 위험이 있다.

또한 심청은 공감적 경청이라고도 부른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며 마음으로부터 경청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청은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질문이나 반응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확인하며 공감한다.



여섯은 존경의 마음으로 듣는 존청(尊聽)이다. 공경하며 듣는다는 경청(敬聽)이라고도 한다.

존청"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듣다" 이고 "경청(敬聽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다"라는 뜻이 된다.
존청(尊聽)은 상대방을 존경하고 그들의 의견과 생각을 가치 있게 여기며 경청하는 태도이다.
상대방의 모든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들의 의견과 판단을 높이 평가한다. 상대방에게 높은 수준의 존중을 보여줌으로써 긍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는 유교문화권으로 어릴 때부터 존청의 바른 자세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다. 이와 같은 존청의 자세는 현대시회에 들어서도 유효하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존청(尊聽)과 경청(敬聽)은 화자와 청자 간에 상호존중(mutual esteem)의 마음을 가지면 좋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그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필요한 경우 자신의 의견을 존중과 함께 부드럽게 표현한다.



이상의 논의에서 볼 때 여섯 가지의 듣기는 상대적으로 깊이와 특징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따라서 듣기의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먼저 듣기의 깊이는 가볍게 듣는 경청(輕聽)에서 주의깊게 듣는 경청(傾聽), 겸손한 마음으로 듣는 겸청(謙聽), 진정성 있게 듣는 진청(眞聽), 마음으로 듣는 심청(心聽), 존경의 마음으로 듣는 존청(尊聽)으로 위계화 된다.


다음으로 감정적 연결에서
심청과 진청이 가장 깊이 연결되고, 대화의 목적에서 일상 대화에는 가벼운 경청이 적합하나 중요한 관계나 대화에서는 진청이나 심청,  그리고 존청이 더욱 더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듣기의 효과적 방법에 대해 제언하고 이 글을 마친다.
대화의 목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듣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상 대화에서는 가벼운 경청을 하고 중요한 협상이나 상담에서는 진청이나 존청을 선택한다.
대화 중에는 반응을 통해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주의깊게 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눈맞춤, 고개 끄덕임, 적절한 표정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경청(傾聽)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다양한 듣기(聽) 방식을 상황에 맞게 활용함으로써 더 나은 대인관계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다.


바라건대, 필자는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귀 기울여 잘 듣고 마음으로 상대방을 잘 헤아리며 겸손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진/ 이성근. 서귀포 칠십리공원. 2024. 8. 29.

사진/ 이성근. 서귀포 칠십리공원. 2024. 8. 29.

사진/ 이성근. 서귀포 칠십리공원.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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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긴 여정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觀點)과 시점(視點), 그리고 싯점(時點)에 대한 개념들을 잘 이해하고 이들 세 가지 기준을 잘 활용해야 한다.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개인의 주관적 입장이고 시점은 세상을 비춰보는 개인의 거울이며 싯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 선택을 의미한다. 이들 개념들은 서로 관련성이 높으나 그 구체적 의미와 적용은 다르다.
이 글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觀點)과 시점(視點), 그리고 싯점(時點)에 대한 개념과 기준. 그리고 활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먼저 관점(觀點)에 대한 논의이다.

관점(point of view)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보는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태도, 그리고 입장을 말한다. 관점은 주로 개인의 가치관, 지식, 경험 등의 배경에 의해 형성된다.

관점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주관적 입장을 결정한다.
같은 사안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점에는 몇 가지 주관적 입장이 있다. 방향성에 따라 긍정(positive)의 눈과 부정(negative)의 눈, 개인의 심리에 따라 자충(self-fulfilling)의 눈과 자멸(self-defeating)의 눈, 신념에 따라 가능(possible)의 눈과 불가능(impossible)의 눈, 미래에 따라 낙관(optimism)의 눈과 비관(pessimism)의 눈으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관점 즉, 입장의 차이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면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관점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편견(bias)이 생길 수 있다.

한편 인간관계에서 관점의 차이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관점과 입장에 따라 주의주장이 강하고 견해와 해석이 다르면 함께 동행하기가 어렵게 된다.
우리가 좋은 인간관계를 맺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자신의 관점을 피드백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좋은 점은 벤치마킹하고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공유와 협업, 시너지 효과와 공진화가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발전에 동기부여가 되고 공헌하게 된다.


다음은 시점(視點)에 대한 논의이다.

시점(perspectives) 어떤 대상이나 사안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정하는 접근방법을 말한다. 시점의 접근은 공간적 범위에 따라 거시적(macro) 접근과 미시적(micro) 접근, 그리고  혼합적(mixed) 접근과 내용적 범위에 따라 종합적(comprehensive) 접근과 부분적(disjointed) 접근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멀리서 크게 보거나 가까이에서 작게 보는 접근이고 후자는 포괄적으로 전체를 보거나 구체적으로 단편을 보는 접근이며 마지막은 전자와 후자를 결합한 접근이다.

이처럼 시점의 접근방법은 가치중립적인 과학활동의 접근방법과 유사하다. 과학활동은 크게 발견의 논리(logic of discovery)와 정당화의 논리(logic of justification)로 접근한다. 전자는 현상의 규칙성이나 법칙성을 발견하는 접근방법이고 후자는 발견된 규칙성이나 법칙성을  입증하는 분석방법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과학활동은 이 둘을 묶은 분석적 틀(analytical framework)을 만들고 접근한다.
분석적 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현상에 대한 기본전제와 가정을 한다. 이어서 연구문제의 정의와 연구가설을 설정한다. 이 단계가 시점에 해당한다.

시점은 시각(視角)이라고도 한다. 시각은 특정 위치에서 특정 대상이나 사안의 한 측면을 보는 것이다. 시점은 사안을 바라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시점은 동일한 사안이라도 보는 위치와 측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시점은 우리가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거울'과 같다고 하고 '거울론'으로도 부른다. 시점의 거울은 과학활동의 분석적 틀과 같은 기능을 한다. 거울이 같으면 세상과 대상을 동일하게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하나는 영주 부석사의 특정 위치에서 특정 사찰의 한 지점을 보면 모두가 불상으로 보인다. 이는 사물과 사안의 위치와 지점 즉, 시점과 시각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특별한 현상의 사례가 된다.
다른 하나는 인물사진에서 어느 측면에서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정면에서 찍은 사진은 후덕한 인상이나 턱 밑에서 위로 앵글을 맞춰 찍은 사진은 심술장이 사진으로 나오는 사례이다.

시점과 시각, 그리고 접근이 다르면 세상과 대상이 다르게 보인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이 가진 거울과 자신이 가진 거울이 다르면 세상과 대상이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거울과 자신의 거울의 일체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시점과 시각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시점과 시각을 상대방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서로의 시점과 시각을 일체화하고자 하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면 상호이해와 상호존중감, 그리고 상호신뢰가 쌓여 거울이 일체화 된다.
필자는 인간관계의 순연과 악연은 거울의 일치 여부에 결정된다고 믿는다. 특히 학교의 교훈과 회사의 사훈,  그리고 가정의 가훈이 거울의 사회화(socialization)와 내면화(internalization), 그리고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싯점(時點)에 대한 논의이다.

싯점(point in time)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하는 특정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특정한 순간을 가리킨다.

정확한 싯점을 파악하는 것은 계획을 세우거나 분석을 할 때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싯점의 선택은 전체 계획이나 나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싯점의 성격을 좀 더 알기 위해 장단점을 보자.
올바른 싯점을 선택하면 상황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싯점을 잘못 선택하면 계획이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래예측에서 분석 싯점은 매우 중요하다. 분석 싯점의 차이에 따라 분석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성장 싯점에서 예측하면 크게 성장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반면에 감소 싯점에서 예측하면 크게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과 사례연구를 통해 정확한 싯점을 예측하는 능력을 기르고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인간관계에서 싯점의 기준이 다르면 시작부터 대화가 어렵다. 긴장과 갈등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세대 간 대화의 벽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심지어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갈등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필자는 이의 주된 이유의 하나가 세대 간 싯점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유소년의 싯점은 현재가 중심이고 청장년층은 현재가 중심이나 미래를 생각한다. 반면에 고령층은 현재가 중심이나 과거에 기반하며 미래를 걱정한다. 특히 고령층은 모든 대화에서 과거에 기반하여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기 때문에 타세대와 소통이 어렵다.

무엇보다 원만한 인간관계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싯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다. 서로가 싯점을 맞추기 위한 동기부여와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싯점의 기준은 대화를 통해 일치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이후 편안한 대화와 생산적인 소통과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진다.


이 글을 마치면서 필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개인의 주관적 관점과 세상을 비춰보는 시점,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시간선택의 싯점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잘 적용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보다 깊이 있는 사고와 결정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라고 확신한다.



'전통주와 창의적 지역경제 세션.'2024 세계정신올림픽 연합학술대회. 청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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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머리(頭腦)'에 이어 "어떻게 볼 것인가?" 눈(眼目)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눈'의 기능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이는 생물적 기능을 하는 명안(明眼), 세상을 직시하는 정안(正眼), 마음으로 보는 심안(心眼), 그리고 지혜로  보는 혜안(慧眼)이다.
여기서는 네 가지 유형의 '눈(眼目)'을 가지고 이들의 개념과 특징, 그리고 이들의 향상 방안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한시도 빠지지 않고 함께하는 눈의 기능에 대해 인식하고 한 차원 높은 눈(眼目)의 기능 향상으로 보다 나은 인생여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첫 번째는 생물적 기능을 하는 명안(明眼)이다.

명안은 '투명하게 밝게 맑게 보는 눈'을 의미한다.  시력과 눈 건강을 최적화하여 시각적인 명료함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명안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ㆍ'투명하게'는 눈의 각막과 수정체가 투명하여 빛이 잘 통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ㆍ'밝게'는 시야가 밝고 선명하여 작은 글자나 먼 곳도 잘 보이는 상태이다.
ㆍ'맑게'는 눈의 피로가 없고 눈물이 잘 분비되어 눈이 촉촉하고 깨끗한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명안을 가지면 여러 가지 잇점이 있다.
ㆍ시야가 선명하고 밝아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증가시킨다.
ㆍ눈의 피로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눈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ㆍ선명한 시력은 독서, 운동, 운전 등 다양한 활동을 즐겁고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명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ㆍ정기적인 안과 검사이다.
ㆍ적절한 조명 사용이다.
ㆍ장시간 컴퓨터 작업이나 독서를 할 경우 20분마다 20초 동안 20피트(약 6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보는 20-20-20 규칙을 따르는 눈 운동이다./영국 콘택트렌즈협회 저널인 "콘택트렌즈와 전안부(Contact Lens & Anterior Eye)"에서 발표

위의 방법들을 실천하면 시력을 맑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 습관을 통해 '투명하게 밝게 맑게' 보는 눈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세상을 직시하는 정안(正眼)이다.

정안은 "바른 눈"을 의미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는 능력을 말한다. 즉, 편견이나 왜곡 없이 사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상황이나 문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정안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ㆍ정안은 '바른 눈' 혹은 '바른 시선'을 의미한다. 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왜곡 없이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ㆍ정안은 편견, 선입견, 감정적 동요 없이 사실 그대로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명상과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깊은 통찰력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정안을 가지면 여러 가지 잇점이 있다.
ㆍ정안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보다 더 명확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ㆍ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불필요한 걱정이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이는 마음의 평온과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ㆍ정안을 통해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는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ㆍ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한다.

우리는 정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ㆍ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ㆍ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고 현재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이는 감정적 반응을 줄이고 더 명확한 시각을 가지게 한다.
ㆍ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왜곡된 시각을 수정하는 비판적 사고이다.
ㆍ정기적으로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자기성찰이 도움이 된다. 이는 자신의 편견이나 왜곡된 시각을 인식하고, 이를 교정하는 데 유용하다.

정안은 꾸준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 기를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삶에 깊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는 마음으로 보는 심안(心眼) 이다.

심안은 마음의 눈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직관이나 내면의 통찰을 통해 사물이나 상황을 보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외부의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내면의 느낌과 직감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진실을 파악하려는 개념이다.

심안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ㆍ심안은 내면의 통찰이다. 내면의 통찰을 통해 얻는 정보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하는 노력이다. 이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본질, 그리고 상황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ㆍ심안은 직관이다. 직관은 심안의 핵심 요소이다. 직관은 논리적 사고나 분석 없이 즉각적으로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우리가 심안을 가지면 여러 가지 잇점이 있다.
ㆍ깊은 이해이다. 심안은 표면적이지 않고 사물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ㆍ의사결정의 향상이다. 직관력과 내면의 통찰력을 활용하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는 종종 분석적 접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특히 유용하다
ㆍ자기 이해의 증진이다. 심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더 잘 이해하고 개인적인 성장과 자아실현을 도울 수 있다.
ㆍ공감 능력의 강화이다. 타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공감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우리는 심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ㆍ명상과 몰입이다. 명상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몰입은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훈련으로 직관력을 강화하는 데 유용하다.
ㆍ자기 반성이다. 일기를 쓰거나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내면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다.
ㆍ자신의 경험을  살리고 일상의 주의깊은 관찰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주변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직감을 단련할 수 있다. 이는 심안을 기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ㆍ자신에 대한 신뢰이다. 자신의 직관을 신뢰하고 그것을 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어려우나 점차 더 정확하고 유용한 직관을 얻게 된다.
ㆍ창의적인 활동이다. 예술이나 창작 활동을 통해 감각을 기르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심안을 자극할 수 있다.

심안은 개발하기 어렵지만 꾸준한 노력과 단련을 통해 더욱 풍부한 직관력과 내면의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 번째는 지혜로  보는  혜안(慧眼)이다.

지혜롭게 보는 혜안의 개념은 깊은 통찰력과 식견을 통해 사물이나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혜안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아는 것 이상으로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핵심을 파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혜안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ㆍ통찰력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ㆍ식견이다.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명한 판단력이다.

우리가 혜안을 가지면 여러 가지 잇점이 있다.
ㆍ문제 해결 능력의 향상이다. 복잡한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ㆍ결정에 대한 정확성의 향상이다. 정보의 본질을 파악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ㆍ인간관계의 개선이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고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ㆍ미래 예측력의 확대이다.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여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우리는 혜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ㆍ독서와 학습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지식을 넓혀 통찰력을 키운다.
ㆍ명상과 자기성찰이다. 정기적으로 명상하거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ㆍ경험의 다양화이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접근법을 배운다.
ㆍ토론과 논의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검증한다.
ㆍ비판적 사고이다.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다.
ㆍ관찰과 경청이다.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이해의 폭을 넓힌다.

혜안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경험을 통해 서서히 길러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의 질과 효율적인 문제 해결을 이룰 수 있다.



강창학 파크 골프장에서 티셧하고 명안으로 공을 주시하는 모습
대구 집 근처 까페에서 정안을 기르는 모습
강창학 파크 골프장에서 심안으로 동행하는 모습
강창학 파크 골프장에서 일상을 혜안으로 정리하는 모습
강창학 파크 골프장에서 한 홀을 정안으로 피드백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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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머리는 생각, 사색, 판단, 지혜, 그리고 공의와 정의를 위한 핵심요소이다.
우리는 머리로 유연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사색한다. 또한 우리는 머리로 정확하고 현명하게 판단한다. 그리고 우리는 머리로 개인의 이익은 물론 공의와 정의에 합당하게 지혜롭게 살아 갈 수 있게 된다.



이 글은 우리의 신체 구조에 기반하여 열 가지 삶의 기본 원칙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글의 논의를 위해 우리의 신체 구조를 머리 부분의 머리, 눈, 귀, 코, 입과 몸통 부분의 가슴, 손, 팔, 다리, 발 등 열 가지로 구분하였다. 이들 신체 구조는 생물적으로는 제각기 고유의 기능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사회 구조론적 접근 방법을 차용하여 신체 구조의 지위와 역할에 비추어 열 가지 삶의 기본 원칙들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는 어떻게 머리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한다.

인간에게 머리는 으뜸이다. 머리는 인간 행동의 시작과 끝을 지배한다. 파스칼은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 하였고, 칸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하였으며, 네들란드의 요한 하이징아는 인간의 특징 가운데 하나를 "사유하는 인간"을 들었다.

인간에게 머리는 생각, 사색, 판단, 지혜, 그리고 공의와 정의를 위한 핵심요소이다.
우리는 머리로 유연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사색한다. 또한 우리는 머리로 정확하고 현명하게 판단한다. 그리고 우리는 머리로 개인의 이익은 물론 공의와 정의에 합당하게 지혜롭게 살아 갈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머리로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유연과 반대는 경직이다. 경직된 사람은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바만 따른다. 유연적 사고는 이쪽 저쪽 사정을 살피는 사람이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도 보려고 한다. 현대사회는 유연적 사회이고 현대인은 유연적 사고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면 유연적 생각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는 자유로운 사색으로 가능하다. 사색은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찾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때 사색에 빠져든다. 우리는 이를 깊은 사색, 집중과 몰입, 그리고 자유로운 사색이라 부른다. 자유로운 사색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환경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유연적 사고와 자유로운 사색에 이어서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판단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사리분별력을 말한다. 사리분별력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짓는데 필요하다. 사리분별력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않은 사람보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인간다우며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된다.


이와 같이 유연적 생각과 자유로운 사색, 그리고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과정을 통해서 지혜를 갖게 된다. 지혜는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내는 정신능력이다. 즉, '슬기와 현명'과 통한다. 반면 '어리석음'은 지혜롭지 못하고 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지혜는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나 공의와 정의에 합당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공의와 정의는 사회가 안정되고 규범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공의와 정의는 서로 보완적인 개념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공의(公義)와 정의(正義)는 모두 사회적 윤리적 가치로서 중요한 개념이나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공의는 '공정한 의로움'을 의미하고 사회나 집단 내에서의 공정성과 균형을 중시한다. 이는 사회적 법적 규범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정의는 '바른 의로움'을 의미하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행동을 포함한다. 존 롤즈는 "정의를 사회적 기본 구조의 공정성으로 정의하고 사회의 기본 규칙이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일상에서 공의와 정의를  실천하는 방안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배경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편견없이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고 판단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책임감은 사회 전체의 공의와 정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적 규범과 법을 준수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공의와 정의의 기본이다.

자신의 윤리적 판단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자기계발과 성찰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름 속의 사자와 목멘 돼지 상상
송악산의 악어가 마라도와 가파도를 주시하는 모습 상상
창가에 비친 소낙비와 비에 젖은 여인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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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명예교수회지 게재원고

21/Aug/2020

 

나의 교수인생과 영남대
 

이성근 명예교수 글로벌인재대학
 



나와 영남대는 학부학생과 대학교수로 두 번의 소중한 인연을 가졌다. 학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38년간 지역개발학과/ 지역및 복지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교육부 해외파견 연구교수로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1년, 국내교류교수로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1년, 대구경북연구원장으로 2년, 안식년 1년의 5년을 제외하고는 40여 년을 영남대에서 지냈다. 영남대가 내 인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삶에서 세 가지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 하나는 교수라는 직분이고 둘은 영남대 교수라는 지위이며 셋은 나의 전공이 지역개발학이라는 것이다. 이 모두는 영남대와 불가결한 관계로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교수는 분명히 다른 직업과 구분되는 특징을 지닌다. 나는 오랜 교수직을 지내면서 나름대로 네 가지 교수 원형(prototype)을 설정하고, 이를 따르려고 노력하였다. 이는 교학형(敎學型), 탐구형(探究型), 후생형(厚生型), 자조형(自助型) 교수이다.
교학형 교수는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좋아하는 교수이다. 탐구형 교수는 지적 호기심이 많은 연구하는 교수이다. 후생형 교수는 공유와 협업을 잘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실사구시 교수이다.
자조형 교수는 의지와 열정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교수이다.
최근 나의 인생을 가정법으로 되돌아본다. 만약 내가 교수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못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나에게 교수직은 운명이라 생각한다.


다음은 영남대의 교수지위이다. 나는 영남대가 갖는 세가지 비교우위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는 대학평판과 자유스런 분위기, 그리고 안정적 대학경영이다.

학생시절에는 천마뱃지가 자랑스러웠다. 또한 70년대 행정고시 합격자 순위가 전국 3~4위로 행정학과 학생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교수가 되어서는 대학평판으로 득을 많이 보았다. 국내에서는 지방대학이지만 영남대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었다. 해외에서 영남대를 소개할 때 설립자가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말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대학평판은 나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무형의 편익이었다.

영남대는 정확히 사립대학이다. 그러나 여느 사립대와는 다르다. 국공립대의 엄격함도 없고 오너십이 확실한 사립대의 구속도 없는 자유스런 대학이다. 이와 같은 대학분위기는 구속없는 오랜 관선재단과 대학구성원의 투표로 선출된 총장체제가 가져다 준 독특한 대학문화이었다. 만약 자유스런 대학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교수활동에 다소 제약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은 역사가 일천하여 국·공립대학에 비해 교수지원과 학생선발, 재정운영 등과 같은 대학경영에서 안정적이지 못하다. 대학경영이 불안정하면 구성원인 교수들도 여러 가지 불편한 영향을 받게 된다. 영남대학은 내가 재직하는 동안 이런 것에서 안정적이었다. 따라서 비교적 안정된 대학환경에서 교수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마지막은 나의 전공이 지역개발학이라는 점이다. 지역개발학은 지역의 발전을 탐구하는 분야로 응용사회과학과 종합과학, 그리고 실천지향적 학문의 성격을 지닌다.
70년대 중반에 영남대 지역개발학과는 전국에서 선두로 설립되었다. 설립 초기에는 졸업생 대부분이 지방 7급 행정직 공무원으로 경상북도 시·군에 임용되었다. 나는 정책자문과 심의로 이들과 평생 교류하고 소통하는 교학상장과 사제동행의 시간을 보냈다.

90년대 들어서는 지방자치의 부활로 지역개발의 수요가 많아 중앙과 지방의 정부와 여러 기관·단체에서 정책계획과 정책자문의 기회도 가졌다. 나에게 지역개발학 전공은 인생에서 소중한 자부심이자 자산이었다.
 

최근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 그간 앞만 보고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떤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을까?'하고 자문해 본다. 나는' 바쁜 교수'이었다. 영국에서 "바쁜 사람하면 나쁜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사업가(Businessman)'의 어원이 '바쁜(busy)'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농업사회와 달리 산업사회에서 사업가는 일하는 방식이 정신없이 분주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영국에서 "바쁜 사람은 무계획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에서는 바쁜 교수로, 가정에서는 바쁜 아버지로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지역개발전문가로서 다양한 일에 참여하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였다. 나를 네트워크가 강한 교수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관계 지향적(relation- oriented)'이기 보다는 '일 지향적(task-oriented)' 삶을 산 교수이다. 일이 먼저고 관계는 일로 얻은 또 다른 결과이다. 이런 교수활동이 대학의 타분야 전공교수들의 눈에는 이곳 저곳 넘나드는 교수로 비치는 오해와 편견이 있었을성도 싶다.

평생동안 지역개발학 전공 교수로서 다양한 계획작업에 참여하였다. 많은 교수들은 "나를 기획력이 뛰어난 기획통 교수"로 불렀다. 대체로 기획력은 숲도 보고 나무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숲은 전략에 해당하고 나무는 전술에 해당한다. 전략에 강한 사람은 전술에 약하고 전술에 강한 사람은 전략에 약하다. 나는 전략과 전술, 거시와 미시, 프레임과 디테일의 역량을 조화롭게 갖추려고 평생 노력해 왔다.


내가 대학에서 한 특별한 기획작업으로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류창우 총장 재임시에 테크노파크 추진기획단 단장으로 산업자원부 국가시범 테크노파크 공모사업에서 경북테크노파크를 선정·유치한 일이다. 국비 250억원(당초 500억원)지원과 자체재원 25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영남대가 주관한 경북테크노파크가 '한국 테크노파크의 기원(origin)'으로 산업자원부의 국책사업화와 전국 테크노파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둘은 이효수 총장 재임시에 행정대학원장으로 행정대학원 부설로 최고위정책리더과정을 기획하여 설치하고 운영한 일이다. 1년 과정으로 30명 내외의 소규모로 1년에 2회 모집하였다. 수료시 오백만원의 대학발전기금을 내어 10년만에 1억원 이상을 적립하였다.

셋은 우동기 총장 재임시에 정치행정대학장 겸무로 제2 창학추진단장으로 여러 위원들과 함께 대학의 미래 비전과 추진전략, 그리고 실천과제를 마련하고, 선포식을 가진 일이 기억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한 가족들로부터는 "내가 비계획적으로 가정생활을 한다"고 종종 비판받아왔다.

 
인간은 평생을 살다보면 항상 좋은 일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나 또한 70 평생의 삶에서 두 세번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런 일을 겪은 이후 나 자신을 다잡는 네 가지 생활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키려 노력했다.

첫째는 수분정도(水分正道)이다. 이는 분수를 알고 바른 길을 가야 함을 뜻한다. 교수직분은 강의와 연구, 그리고 봉사의 책무가 주어진다. 이들 세 가지 책무를 균형되게 수행해야 하나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교수라는 사회적 책임성에 맞게 정직성과 투명성, 그리고 도덕성을 가지려고 노력하였다.

둘째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이다. 이는 타인에게 겸손하고 자신에게 엄격함을 뜻한다. 나는 원래 천성이 온순한 편이다. 그러나 학생지도, 공동연구, 학술발표와 토론 등에서는 주의주장이 강한 편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에겐 마음의 상처, 공동연구자들에겐 불편한 마음, 발표자와 토론자에겐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셋째는 자중자존(自重自尊)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존감을 가진다. 교수는 가르치는 일과 정책자문 활동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일정한 선을 넘는 언행을 할 경우가 생긴다. 이는 자신을 가볍게 하고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나는 교수로서 자존감을 갖기 위해 스스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타인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균형되게 설득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개념과 상식, 그리고 공의에 합당하지 않으면 타협하지 않았다.

넷째는 심지강건(心志剛健)이다. 이는 자신을 평안하게 하고 굳게 하는 마음의 다스림을 뜻한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율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이고 증가율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인사들의 자살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나도 오랜 교수생활에 주위의 오해와 편견으로 마음 상할 때가 있었다. 이럴 때 마다 심지강건을 외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정년을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안식년을 가졌다. 이즈음 건강도 이상신호가 왔다. 이 기간 동안에 정년 이후의 내 인생을 생각하게 되었다. 크게는 귀전선린으로 정했다. 이는 자연과 친하고 소중한 이웃과 좋게 한다는 뜻이다. 이의 실행으로 건강제일과 가정우선, 그리고 내공충실로 정하였다.

첫째는 건강제일이다. 어릴 때는 의지정도가 성공의 결정요인이나 나이 들어서는 건강여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건강이 따르지 못하면 불가한 것이다.

둘째는 가정우선이다. 젊은 시절에는 가정을 그냥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가정의 가치와 소중함을 몰랐다. 자녀출산과 양육과정에 부부의 의논과 역할분담이 중요함을 이제사 깨닫게 되었다.

셋째는 내공충실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훈육의 습관은 대단히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정년 이후의 내공충실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느슨한 마음으로 편하게 하는 것이다. 정년 이전에는 앞의 네 기준이 중요했으나, 정년 이후에는 뒤의 세 기준에 더욱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며칠 전 금년 2월과 8월에 정년을 맞은 두 분 교수와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나에게 정년 이후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고 물었다.

먼저 정년 이후 나의 일상의 변화를 얘기했다. 정년과 함께 부닥친 것이 연구실과 조교, 그리고 캠퍼스의 쾌적한 환경이 없어진 것이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연구실은 집 근처에 조그만 사무실을 임대하여 마련하였다.
조교의 도움을 대신하는 방안은 휴대폰으로 책쓰기, 글쓰기 배움에 도전하고 있다.
캠퍼스의 쾌적한 환경의 대체는 일주일에 하루를 가족의 날로 정하고 인근의 산과 공원을 찾아 걷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학캠퍼스가 문을 닫았을 때는 영남대 캠퍼스 산책도 가끔하였다. 신입생 면접에서 영남대를 지원한 동기를 물었을 때 "캠퍼스가 좋아서"라고 대답하는 학생도 종종 있었다.

나는 대학의 소중한 여러가치를 가정처럼 그냥 주어진 것으로 무의식 속에서 근무하였다. 정년에 이른 지금 생각해 보니 대학의 하나 하나가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글을 맺으면서 명나라 때 문학가겸 서화가인 진계유(1558-1639)의 "연후(然後)"를 소개하고 다시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본다.
 

 
 
연후(然後)
 

                                                                                                                     진계유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 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 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 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의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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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인생계획/ 생계에 대한 논의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질문을 여러 차례 자문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자신의 인생계획(人生計劃)/ 생애계획(生涯計劃)/ 생계(生計)를 만드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자신의 생계에는 무관심하고 인식하였다. 아예 생계를 안 하거나 하더라도 일회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순응적으로 살아간다. 이제 인생 120세 시대이다. 지금 우리의 평균 기대 수명은 80세를 훌쩍 넘겼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여전히 무계획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인생계획/ 생계를 마련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이 글은 인생계획/ 생계의 여섯 가지 기준으로 목적있는 삶, 근학무실(勤學務實)의 삶, 행동과 실천하는 삶, 생산적인 삶, 일상이 행복하고 의미있게 잘사는 삶, 치유와 회복의 여유있는 삶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첫째는 꿈을 가지고 이루어 나가는 목적있는 삶이다.
목적있는 삶은 꿈을 가진 삶이다. 꿈은 소망이다. 소망은 합목적성을 가져야 한다. 합목적성은 나아가야 할 방향성(orientation)과 굳은 실천 의지(intention)를 나타낸다.

우리는 목적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치관의 정립과 인생관과 좌우명을 가지면 좋다. 이는 개인적 신념과 소신에 바탕이 된다. 신념은 굳게 믿는 마음이다. 우리는 어떤 신념을 갖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 소신은 굳게 믿고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의 원칙과 기준이 된다. 마음이 한결 같으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는 일념통천(一念通天)의 고사성어와 같은 의미이다.
 
또한 우리는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비전은 꿈의 표현이고, 목표는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신이 갖는 비전과 목표는 삶의 행동기준이 된다.
파블로 피카소는 "목표가 너무 높아 달성하지 못할 위험보다는 너무 낮아 달성하는 위험이 더 크다"하였다.
 
 
둘째는 배우면서 살아가는 근학무실(勤學務實)의 삶이다.
「논어」 “계씨”편에 배움의 타고남은 ‘생이지지(生而知之), 학이지지(學而知之), 곤이지지(困而知之)’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대부분 배워야 알게 되는 학이지지의 사람들이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타 성당의 벽화 그림을 마치고 자신의 스케치북에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고 썼다. 그때 나이가 87세이었다. 또한 "천재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도 하였다. 그야말로 배움은 끝이 없다는 학해무변(學海無邊)과 같은 의미이다.
퇴계 선생은 "배움의 궁극적 목적이 위기지학(爲己之學)이 아니라 위인지학(爲人之學)에 있다"하였다. 전자는 진덕수업(進德修業)으로 자신을 위한 것이고, 후자는 후생치용(厚生致用)으로 세상을 위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일반지식, 전문지식, 맥락지식, 인본지식이다. 이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생계에서 배움의 마음가짐과 학습태도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근학무실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는 배움에 힘써서 자신이 맡은 일과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는 행동과 실천으로 성공하는 삶이다.
우리는 인생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성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여기서 성공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 결과를 내는 것이다.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 에서 "배우고 생각하며 행하는 세 가지가 연결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파블로 피카소는 "행동이 모든 성공의 기본열쇠"라고 하였다.
따라서 생계에서 행동계획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계획은 행동이전의 추론적 실천이고 목표달성을 위한 합리적 행동이다. 생계의 행동계획도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합리적이어야 한다.
 
생계는 시차가 엄청 길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행동계획의 접근방법이 달라야 함을 말한다.
따라서 생계의 행동계획은 과정형 계획이어야 하고 상황적응적이어야 한다. 또한 점진적이어야 하고 환류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 생계와 단기적 생계가 요구된다.
미국의 농구선수이자 농구감독이었던 존 로버트 우든은 "과정이 결과보다 낫다"고 하였다. 또한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하라"고 하였다. 반면에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고 걱정하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역효과가 난다"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생계도 과정이 중요하고 통제가능한 것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한다.

 또한 생계의 실행은 굳건한 의지(will)와 용감성(trit), 그리고 인내심(patience)이 필요하다.
 
 
넷째는 일하면서 살아가는 생산적인 삶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성장과 함께 일정한 학업과정을 마치면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게 된다. 일자리는 사람 수 만큼이나 될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며 가치있는 생산적인 일을 하면 좋다. 이런 일을 하면 동기부여와 성과, 그리고 만족도가 높아진다.
 
우리는 어떤 사고와 태도를 가지고 일해야 하는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사고와 태도이다.
생산적인 직장인은 사고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비판적 사고, 창조적 사고, 종합적 사고, 윤리적/ 도덕적 사고이다.
또한 근면하고 성실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근면은 부지런함이고 성실은 주어진 일에 열과 성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한마디로 근학무실(勤學務實)의 태도이다.
 
우리는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능한 직업인은 자기가 하는 일에 필요한 전문기술에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맥락기술을 가진다. 일하는 방식은 협업적 거버너스 시스템(collavorative governance system)으로 접근하면 좋다. 협업의 기본원칙은 규칙준수, 정보공유, 솔선수범, 상호존중의 네 가지이다. 거버넌스 시스템은 실행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를 만들어 협업하면 좋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창조경영에 관심이 많다. 창조경영은 관찰과 기록, 회의와 선택, 그리고 계획과 실행이 핵심개념이다. 우리 자신도 창조경영의 주체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처럼 일상이 행복하고 의미있게 잘사는 삶이다.
행복이 세계적 트렌드로 된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행복수준은 낮다. 최근에는 행복보다 의미있는 삶(a meaningful life)이 더 강조되고 있다.

상선약수 처럼 일상이 행복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상선약수는 물 처럼 사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다. 물의 속성은 소통, 순환, 생명, 평등, 투명, 융합의 여섯 가지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 자신도 물의 사회적 가치를 따라 상선약수의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하고 지혜로운 삶이 된다.
 
그러면 최근에 행복 다음의 새로운 가치로 주목받는 의미있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행복이 무한대의 개념이라면 의미있는 삶은 목적이 있고 사회적 유대감과 약간의 초월성을 가지며 자신을 스토리텔링하는 삶이다.
 
다음은 어떻게 하면 잘사는 삶인가?
잘사는/ 웰빙의 삶은 재미있게 즐겁게 기쁘게 사는 것이고, 이에는 생활기술로 가능하다. 또한 현대의 다양성 시대에는 개인의 개성 추구와 욕구 충족을 위해 문화운동과 환경운동과 같은 사회적 참여도 의미있게 잘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의 하나가 된다.
 
 
여섯째는 치유와 회복의 여유있는 삶이다 .
여유있는 삶은 시간과 스트레스, 그리고 구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말한다. 가족과 편안한 상태로 휴식과 휴양의 기회를 갖는 것은 회복하는 삶, 치유의 삶, 생각하는 창조적인 삶이 된다. 특히 전원주택은 자연과 가족을 더욱 가깝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경쟁기술 중심에서 여가선용, 예체능 활동, 인본기술의 역량을 갖추고 이를 자유롭게 활용히며 살아가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하이징아는 "인간의 유형을 놀이하는 인간, 사유하는 인간, 도구를 만드는 인간,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구분"하였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여가시간을 잘 보내게 되어 있다. 미래 사회는 개인의 여가선용기술이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필자는 이글을 마치면서 생계에 필요한 여섯 가지 기준을 제안한다.
 첫째는 꿈을 가지고 이루어 나가는 목적있는 삶이다.
둘째는 배우면서 살아가는 근학무실의 삶이다.
셋째는 행동과 실천으로 승리하는 삶이다.
넷째는 일하면서 살아가는 생산적인 삶이다.
다섯째는 상선약수 처럼 일상이 행복하고 의미있게 잘사는 삶이다.
여섯째는 치유와 회복의 여유있는 삶이다.
 
 
 
이성근 교수 약력
 
학력:
영산초 (49회), 영산중(20회), 영산농고(69년 2월 졸)
영남대 행정학과(행정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도시계획학 석사), 서울대 대학원(행정학 박사)
 
경력:
현 영남대 글로벌 인재대학 명예교수,
(사) 한국지역균형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
영남대 정치행정대학장, 행정대학원장, 교육부 국비 파견 미국 Univ.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연구교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육부 국내 교류 교수. 대구경북연구원장, 학교법인 순종학원 이사장 등
 
훈포장:
황조근정훈장(2018), 홍조근정훈장(2013), 근정포장(2003), 대통령 표창장(2008), 국무총리 표창장(2011) 등

학회 및 학술활동:
(사) 한국지역개발학회장, (사) 대한지방학회장, 새국토정책포럼 공동대표, 환경정책포럼 공동대표 등
 
정부정책 자문활동
대통령 직속/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지방이양추진위원회 등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위원회, 정부부처 평가위원회,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 자문위원회 등
 
중앙부처: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환경부, 국방부 등
 
지방정부: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시군 등
 
해외 정책자문:
세계과학기술도시연합(World Technopolis Association) 국제학술위원, 알제리 시디 압둘라 과학기술신도시 건설 마스터 플랜 컨설팅 등
 
저술활동:
공공계획론(2인 공저), 최신 지역경제학(3인 공저), 한국지방재정론(4인 공저), 최신 지역개발론(공저), 기후변화와 녹색성장공(공저), 녹색경영론(공저), 공공투자분석(공저), 이성근 교수의 인생 사색 1·2·3권(2023) 등

 
* 이 글은 영산 초등학교 총동창회에 기고(20240410)한 원고로 lsk 2022. 10. 7 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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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우리가 긴 여정의 인생에서 행하고 살아야 할 다섯 가지의 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인생의 오행지도(五行之道)'로 이름 지었다.
이 글의 기본 전제는 순자의 "유효편"에 나오는 "보는 것은 아는 것만 못하고, 아는 것은 행하는 것만 못하다."와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에 두고 있다. 필자는 우리 인생도 알고 행하며 좋아하고 즐기면서 살아가는 즉, 지행호락생(知行好樂生)하면 보다 진취적이고 긍정적이며 활기차고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요한계시록 22:13 에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마지막이요 시작과 마침이라"가 나온다. 나는 이 성경구절을 좋아한다. 우리 모두의 인생길은 하나님께서 이미 예비하셨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알파와 오메가'의 개념을 차용하여 우리의 인생여정을 연결시켜 사용하였다. 우리의 인생여정도 처음과 마지막이 중요하다. 그러나 필자는 인생의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믿는다. 여기에는 필자의 전공이 계획이론이고 그 가운데 과정형 계획이론을 중요하게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칠십여 평생을 살다보니 경험적으로
인생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인생의 과정관리 즉, 인생경영이 나의 인생을 결정지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과정을 포함시켜 인생 오행지도의 개념화를 하였다. 인생의 오행지도는 처음과 마침에다 과정이 포함되고 이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지향가치(orientation), 신념(belief)과 의지(intention), 협업(collaboration), 공유(sharing ), 궁극적 목표(ultimate goals)인 마침(destination) 이고, 이를 결합하면 오행지도 'OICSD'가 된다.
여기서는 오행지도를 차례대로 논의해 보기로 한다.

1행은 '지향가치(orientation)를 가지고 살자' 이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였으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거꾸로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고 하였다. 어쨋든 지금은 인간의 기대수명이 백세를 훌쩍 뛰어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송나라 주신중(朱新中)은 문하생들에게  "세시오계(歲時五計)'를 세워 실천하여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는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에 생계(生計),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老計), 사계(死計)의 다섯 가지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여기에다 '재계(財計)'를 보태어 인생 육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각자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 필자는 인생 육계마다 우리 스스로 가치 지향을 세우고 살아가면 목적하는 삶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2행은 "신념(belief)과 의지(intention)를 가지고 살자"이다.
신념은 굳게 믿는 마음이고 의지는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독일의 시인 괴퇴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신념을 가져야 하고 일의 성취를 위해서는 인내와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면 신념과 실천 의지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신념과 의지는 성실한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성실은 정성스럽고 참되며 열과 성을 다하는 마음이다. 성격이나 행동이 바르고 어떤 일을 하면서 온 힘을 다하는 마음이다. "중용"에서 성실을 얻는 데는 다섯 가지 덕목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널리 배우는 것, 자세히 묻는 것,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 분명하게 판별하는 것, 독실하게 행하는 것"이다. 벤자민 플랭클린은 "백권의 책에 쓰인 말보다 한 가지 성실한 마음이 사람을 움직인다"고 하였다.
필자는 인생에서 신념이 확고하고 의지가 굳건하며 성실한 태도를 가지면 무릇 무서울 것이 없고 못 이룰 일이 없다고 믿는다.

3행은 "협업(collaboration)으로 일하며 살자" 이다.
협업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동체 사회의 유효한 덕목이다. 협업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독특한 문화가 전제된다. 우리 각자가  규칙준수와 솔선수범하고 정보공유와 상호존중하면 자연스레 협업이 일어난다. 사회구성원 각자에게 이들 네 가지 요소가 잘 작동될 때 협업의 시너지효과는 극대화된다. 개인적으로는 생산적 인간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사회공진화와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 확대된다.
따라서 개인이 가지는 협업역량은 곧 개인의 경쟁력이 되고 조직의 협업역량은 조직의 경쟁력이 된다.

4행은 "소유로부터 자유하고 공유(sharing)를 생활화 하자"이다.
공유는 각종 재화와 용역 등을 소유하는 대신 임대 등의 방식으로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소비자의 의식은 소유에서 접속을 통해 단기 대여, 임대, 회원제와 같은 공유형태를 선호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를 공유경제라 부른다. 따라서 지금은 공유사회이자 공유시대가 대세이다.
그러나 협력적 공유사회로 확대되는 데는 자기중심적 의식에서 공감의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회적 신뢰는 공감의 토대 위에서 형성되고 공감은 긍정적 마인드에 기반한 감정으로 친밀성과 상호존중,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공유사회에는 협업심이 기본이고 협업역량이 인생의 성공요인이  된다.

5행은 "긴 여정의 인생에서 매 순간 마무리와 마침(destination)을 잘 하자"이다.
인생의 궁극적 목표(ultimate goals)는 행복한 삶과  더욱더 의미있는 삶이다.
세계가치조사에서 행복의 5대 요소는 일, 소득, 건강, 가정, 관계로 나타났다. 삶에서 일과 소득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청년세대는 일과 소득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이는 지금껏 경험하지 않은 저출생율과 지역소멸로 이어지고 국가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는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인프라도 일대 변혁을 요구받고 있다. 1인 가구의 지배적 사회는 새로운 가족 개념과 개인의 건강, 그리고 사회적 관계에도 새로운 적응과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
최근 행복 개념에 더해 '보다 의미있는 삶'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의미있는 삶의 네 가지 요소는 목적있는 삶, 사회적 유대감, 정신적 심리적 초월감, 자신의 삶에 대한 지속적인 재구조화와 재설계이며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긴 여정의 인생은 환류와 수정, 그리고 회복력으로 지향하는 가치에 재도전하고 성취하며 점진적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길이다.


필자는 인생의 오행지도가 상선약수(上善 若水)처럼 우리가 행하면 좋은 다섯 가지 바람직한 실천덕목이 된다고 믿는다.
이 글을 마치면서 인생의 오행지도를 요약한다.
1행은 "지향가치(orientation)를 가지고 살자"이다.
2행은 "신념(belief)과 의지(intention)를 가지고 살자"이다.
3행은 "협업(collaboration)으로 일하며 살자"이다.
4행은 "소유로부터 자유하고 공유(sharing)를 생활화 하자"이다.
5행은 "긴 여정의 인생에서 매 순간 마무리와 마침(destination)을
잘 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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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학문의 길이 '학해무변(學海無邊)'이라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학문하는 태도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해야 한다.

학문하는 자세는
'일인일지 십능지(一人一之 十能之)  
일인십지 기백지(一人十之 己百之)
일인백지 기천지(一人百之 己千之)'하는
성실하고 근면해야 한다.

그러면 '수우필명(雖愚必明)
수유필강(雖柔必强)'한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교수의 길은 '청출어람(靑出於藍)'과 '후생치용(厚生治用)'에 궁극적 목적을 두고 '임중도원(任重道遠)'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청출어람은

'진덕수업(進德修業)'과 '위기지학(爲己之學)'의 바탕 위에
'천하영재이득지 교육지 삼락야 (天下英才而得之 敎育之 三樂也)'하는 것이다.

후생치용(厚生治用)은

'위인지학(爲人之學)'의 정신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천을 통해 인류공영(人類共榮)에 기여하는 것이다.


교수인생의 길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을 기본 심성으로 하여

'범우주적 보편타당한 가치관'과
'창조적 사고(creative thinking)'로 세상과 소통하고

바르고 곧게 '여송지성(如松之盛)'하며 사는 것이다.


 우죽 양진니 선생의
학문하는 자세에 대한 글


 

우죽 양진니 선생의
교수의 자세에 대한 글
 
 

우죽 양진니 선생의
인간의 도리에 대한 글

 

 우죽 양진니 선생의
겸손을 강조한 글


 

교수의 임무와 역할에
부합하는  글


 

초정 권창륜 선생이
교수인생을 소나무에 비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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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임중도원(任重道遠)의 유래와 의미를 중심으로 교직자의 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임중도원(任重道遠)은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 유래하고 있다.

임중도원의 의미는 선비가 지녀야 할 사명감이고,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논어"의 '태백편'에 "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지 않으면 안 되니, 임무는 막중하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인(仁)의 실현을 자기 임무로 삼았으니, 이 또한 막중하지 않은가? 죽은 뒤에야 그만둘 것이니, 이 또한 멀지 않은가?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而後已 不亦遠乎)"/ 나무위키

또한 증자는 "선비는 가히 넓고 굳세지 아니하지 못할지니, 임무는 무겁고 길은 머니라 (曾子曰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하였다./ 나무위키


임중도원은 교직자에게 두 가지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 하나는 임중(任重)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도원(道遠)의 길이다. 임중의 길은 교직자에게 요구되는 독특한 자질을 키우고 투철한 사명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도원의 길은 교직자에게 명확한 의지와 확고한 신념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교직자는 어떻게 임중도원의 길을 걸을 것인가? 교직자는 스스로 배움과 훈육에 힘써 자질 향상과 사명감으로 맡은바 교직에 성실한 자세로 책임을 다하는 근학무실(勤學務實)의 길을 가는 것이다.


한편 임중도원의 유사성어로 '일모도원(日暮途遠)'이 있다. 일모도원은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로 맡겨진 사명이 막중한데 이를 수행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즉, 할 일은 남았는데 날이 저물어 이루어내지 못함을 비유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모도원과 같은 상황에 놓일 경우 대체로 편법과 정법의 두 가지 접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전자는 '도행역시(倒行逆施)'라 하고, 후자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 한다.
전자인 도행역시(倒行逆施)는
일모도원(日暮途遠)과 함께 사용된다. '일모도원 도행역시'는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이 멀어 이치에 어긋나지만 일을 거꾸로 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사마천의 "사기(史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나온다.

후자인 미생지신(尾生之信)은 우직하여 융통성이 없이 약속만을 굳게 지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 춘추 시대에 미생(尾生)이라는 자가 다리 밑에서 만나자고 한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홍수에도 피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익사하였다는 "사기"의 
 '소진전(蘇秦傳)'에서 유래한다.


이와 같은 일모도원과 같은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고 교육계에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 경우 교직자는 교직의 특성상 일반 사람들과 달라야 한다.
그러면 교직자는 어떤 접근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필자의 생각은 도행역시와 미생지신의 두 가지 접근방법이 모두 선택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필자에게 하나를 선택하라면 미생지신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교직자에게 차별적으로 미생지신과 더불어 '우직지신(愚直之信)'의 길을 기대한다. 우직지신은 바로 보고 바르게 생각하며, 그리고 정직하고 꾸준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비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나아가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 글을 마치면서 필자는 우리 교직자들이 임중도원(任重道遠)의 근학무실(勤學務實)과 우직지신(愚直之信)의 길로 걸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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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 권태준 교수님  추모사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2024. 5. 26 오전 5시 50분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권태준 교수님,

언제까지나 저희들 곁에 계시면서 가르침과 사랑을 주실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시다니 우리 모두에게는 너무나 큰 슬픔입니다.


교수님은  우리 모두의 큰 스승이셨습니다.

특별히 저에게 교수님은 세 가지 길을 터주신 스승이셨습니다. 하나는 학문의 길, 다른 하나는 교수의 길, 마지막 하나는 올바른 삶의 길입니다. 교수님은 저의 인생 여정에서 은인이시고 스승이시며 교수 직분의 롤 모델이셨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교수님을 추모합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은 선비형 교육자이셨습니다.

교수님은 우리 모두가 본받고 싶어하는 스승이셨습니다. 또한 교수님은 마음으로부터 제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신 우리 모두의 선생님이셨습니다.


교수님은 학계에서 계획이론과 계획교육에 큰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하나는 계획이론의  업적입니다. 교수님은 계획분야의 대학자이셨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계획은 교수님의 계획이론에 기반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계획교육의 업적입니다.
교수님은 대한민국에 도시와 환경교육을 개척하시고 세워놓으신 진정한 전문가이시고 어른이셨습니다



교수님은 사회개혁에 기여한 행동하는 지식인이셨습니다.

교수님은 서울대에서 사회정의 연구실천 모임을 구성하시어 대표로 활동하셨고
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내셨으며
환경대학원에 이론· 실천 세미나를 설치하시어 매월 세미나를 통해 이론과 실천을 접목하는 지식 공유를 실천하셨습니다.


교수님은 미래를 보는 선견과 크게 보는 대견으로 반듯한 대한민국이 되는데 길잡이가 되어주셨습니다.

교수님은 대인이자 거인으로 일생을 사셨고 우리 모두에게 그렇게 기억될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수님,  

교수님이 남겨놓으신 일들은 이제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은 저희들이 이루도록 힘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수님,

이제 이 땅에서는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부디 천국에서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추모사에 대한 답글

ㆍ이 교수와 나에게는 많은 가르침과 추억을 남겨 주셨습니다. 권 교수님의 가르침을 이어받도록 하십시다./
김원배 박사 전 국토연구원, 미국 거주

ㆍ권태준 교수님은 한 학문분야의 틀을 만들어 주셨고, 이 사회의 갈 길을 보여주셨으며 몸소 이끌어 주셨습니다. 감사하고 아쉽고 섭섭한 마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박영철 성결대 명예교수

ㆍ이 원장님, 권태준 교수님 추모사 때 왜 목이 메였는지 알겠네요. 제게도 권 교수님은 항상 경외스러운 분이셨지만 원장님께는 아주 특별하신 분이셨네요. 권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권 교수님의 영향은 앞으로도 마음 속에, 학문 속에, 현장의 실천 속에 녹여져 남아있을 겁니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전 국토교통부 장관

ㆍ이 선배님께, 이제 제주도로 돌아가셨겠지요. 이 선배님의 추모사는 저번에도 읽은 글이었지만 다시 읽어보아도 마음에 울림이 크네요.
저는 우리 아버지를 부친으로 모시고 어머니를 모친으로 모신 것과 함께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모신 것이 저의 최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선생님의 영면으로 이 선배님과 한밤을 보낸 것도 나름 뜻깊은 추억이 된 듯 합니다./
권오혁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  

ㆍ 추모의 글을 동문분들과 공유하겠습니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무부원장

ㆍ그러시군요. 은사님께서 생전에 교수님 글을 보셨을까요? 보셨더라면 더 좋겠는데요. 글을 바꾸고, 제목을 바꾸고..... 또 시기에 낸 것 등......역사 속에 작동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저는 권태준 교수님을 위해 천주교식 연령기도 한번 하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정숙 영남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명예교수회 편집위원장

문도(文道)와 인도(人道)를 행하신 교수님
하늘길(天道)로 향하시는 교수님




(2)
 "인생의 세 가지 길을 터주신 권태준 교수님"   
 
영남대 명예교수회 사제동행 특집 원고
2024. 5. 22 기고

이성근 명예교수(글로벌 인재대학)

 
옛말에 "사람은 태어나서 세 번의 뜻밖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일생의 소중한 기회를 잡기도 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귀인을 만나 자신의 운명을 가르는 인연을 만들기도 하고, 또는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기회와 만남은 바로 서울대 환경대학원(이하 환대원) 권태준 교수님(이하 교수님)이다. 필자가 환대원을 졸업하고 영남대에서 교수 직분을 얻어 도시 및 지역계획학 석·박사 학위로 이 분야 전문가가 되고 계획이론을 주전공으로 평생 교육과 연구와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님으로부터 비롯한 기회와 만남의 인연 덕분이다. 교수님은 나의 운명을 가른 은인이고 고교계명의 스승이며 교수 직분의 롤 모델이다. 학문의 길과 교수의 길, 그리고 교수 인생의 길을 터주신 진정한 스승 권태준 지도교수님과 나와의 인연을 소개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권 교수님의 조교가 되고

나는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대원에 입학하였다. 3월 입학식에서 교수님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당시 교수님은 학과장으로 우리에게 대학원 소개를 하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학원은 심오한 학문 보다 신문을 가려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곳이라고 하였다. 나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말씀이었다. 대학 신입생의 오리엔테이션이면 몰라도 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퍼뜩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학원에 입학한 나는 학부보다 뭔가 차별적인 지식을 함양하는 곳이 대학원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교수님의 첫 강의는 계획이론이었다. 계획이론은 도시 및 지역계획학 전공의 기초공통과목이었다. 이 과목은 행정학과의 기획론과 유사하여 나에게는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교수님의 강의는 이론강의로 학생들에게는 강의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각자 필기한 강의노트를 돌려가면서 공부를 했다. 이때 나는 학생들의 강의 노트가 내용이 다르게 정리되어있는 것을 보고 학생들의 전공에 따라 강의내용을 받아들이는 수준이 다름을 알았다.

나는 대학원에 입학한 목적이 공부보다 행정고시(이하 행시)가 1차 목표이었고, 혹시 행시가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한 2차 목표가 대학원이었다. 2차 목표를 충족하는 데는 지방대보다 서울대가 좋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이었다. 1학기 입학과 강의가 시작되자 교과목과 강의내용이 생소하고 매시간 출석을 부르고 과제가 주어지며 발표를 해야 했다. 또한 교재도 국내판이 없어 주로 원서를 읽어야 했다. 이때 학생들은 환대원을 환경고등학교라 불렀고 행대원을 행정고시학원이라 불렀다. 이는 행대원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시생이었고 환대원은 교육시스템이 고등학교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입학과 함께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나는 행시를 위해서 휴학을 하느냐 아니면 대학원을 위해서 행시를 포기하느냐의 양 갈래에서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였다. 결국 행시를 포기하고 대학원 공부에 매진하게 되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뜻밖에 교수님의 조교로 일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교수님은 나에게 평생의 선생님이 된 것이다.

 
아세아정책연구원 프로젝트의 참여와 교수님의 배려

나는 아세아정책연구원(이하 아정원)에서 난생 처음으로 연구프로젝트의 참여와 교수님의 인간적 배려를 경험하였다. 교수님의 조교 일은 동대문에 위치한  아정원이었다. 아정원은 당시 국회부의장이던 민관식(이하 민 박사) 박사가 설립하였고 동대문을 지역구로 하고 있었다. 민 박사님은 박정희 정부에서 문교부 장관을 지냈다.

아정원에서 첫해 연구과제는 "서울시 도심기능에 관한 분석과 개편에 관한 연구"이었다. 나는 종로구와 중구에 대한 입지분석을 하였는데 주로 사무실 입지가 주였고 그 구체적인 사무실 업무기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시는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에 약 2주 동안 수작업으로 입지계수를 구하고 도면 위에 배치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수도권 집중억제정책에 관한 연구"에도 일부 참여하였다.

이 년차 프로젝트는 캐나다 IDRC/국제개발연구소와 서울특별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이때 우리는 두 개의 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하나는 "불량 무허가 주거지 개량사업의 평가에 관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가정용 고형 폐기물 처리 방안에 관한 연구"이었다. 나는 폐기물 처리 방안에 관한 연구를 맡았다,

교수님은 한 달에 한 번씩 연구 중간점검 회의와 식사 자리를 가졌고 이때  나를 '인간 이성근'이라고 부르곤 하였다. 그러면 김원배 박사는 "우리는 인간이 아닙니까?"하고 분위기를 띄우느라 묻기도 하였다. 그러면 교수님께서 "인간 이성근은 너희하고는 달라"라고 말씀하셨다. 아마 내가 시골뜨기 촌놈이라 기를 세워주기 위해 인간적 배려로  하신 말씀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쨌든 교수님께서 나에게 '인간 이성근'이라는 남다른 별명을 지어주셨다.

 
석사과정 졸업과 진로 모색

나는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종합시험 최고점수 획득과 석사학위 우수논문상을 수상하였다. 대학원은 학위과정을 수료하면 논문을 작성하기 전에 종합시험을 치른다. 당시 환대원 석사과정 종합시험은 공통 한 과목과 전공 두 과목이었다. 나는 종합시험에서 응시자 가운데 최고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당시 학과장이셨던 김형국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다.

나는 종합시험을 치른 후 논문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교수님께 상의를 드렸다. 교수님께서는 "석사학위 논문 주제와 관련하여 석사과정은 논문의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을 하는 것이라면서 논문 주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나에게 당시 수행하고 있던 "가정용 고형 폐기물의 효율적 처리 방안에 관한 연구"를 논문 주제로 추천하셨다. 그러나 당시에 농촌에서 쓰레기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은 시기였다. 따라서 나는 폐기물의 논문 주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교수님께 다시 상의하여 논문 주제를 "불량 주택지구 정책평가와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로 변경하여 논문을 작성하였다. 나는 논문심사 과정에서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어 졸업식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나는 진로 문제를 고민하였다. 당초 대학원에 진학할 때 행시를 통해 공무원이 되는 것이 희망이었고 환대원에 진학하면서 꿈을 접었으나 다시 공무원에 미련이 생겼다. 그래서 교수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자네는 어머니가 혼자 계시니 모교인 영남대학에 추천해볼 테니 가능하면 학교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주셨다.

그 후 교수님은 영남대학 추천과 임용은 다음 해 3월이고 불확실하니 그동안 국토연구원에 잠시 근무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당시 국토연구원은 신설 연구원이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었으나 단기간 근무한다는 사유로 첫날 출근하자마자 되돌아왔다. 그래서 교수님께 저간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아정원에서 유엔인구활동기금 (UNFPA)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내년에 영남대학에 기회를 찾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유엔인구활동기금 프로젝트를 맡아 매월 인구정책 세미나를 갖는 일을 하고 지냈다.

 
영남대 취직과 교수님의 자료보완

내가 대구집에 가는 길에 영남대 학생처장이고 학부 은사이신 행정학과 김종섭 교수님을 찾아가 뵈었더니 "권 교수님이 학교를 방문하여 나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였다"고 하셨다. 나는 아마 조교 일에 대한 좋은 평가와 종합시험의 최고 성적,  그리고 우수논문상에 대한 얘기를 하셨을 것으로 짐작하였다. 나는 다음 해인 1980년 3월에 영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이후 지역개발학과로 개칭) 전임강사 대우로 임용이 되었고 그로부터 38년 간 교수로 지내다 2018년 2월에 정년퇴직을 하였다.

나는 영남대에 임용되어 대구로 가기 전에 교수님께 인사차 찾아뵈었다. 교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나에게 교수 직분에 대한 조언을 주셨다. 첫째는 내가 계획이론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을 드리자 계획이론은 절차 및 방법론에 관한 이론으로 연구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전공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계획이론은 직업으로서의 전공은 어려운 분야로 대부분 기피한다. 그러나 교수는 정해진 봉급을 받고 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이론을 전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둘째는 교수 직분은 타직업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타 직업과 비교하면 교수 직분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또한 타인과 비교하면 자신이 하는 일에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셋째는 교수는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해야 유능한 교수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글은 논문연구를 위해서 필요하고 말은 강의와 정책 자문에 필요한 것이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내가 대구로 간다는 인사를 드리러 간 날에 '한국의 지역사회개발론' 자료정리를 부탁하셨다. 오래전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지원으로 "새마을운동의 사업평가에 관한 연구"를 서울대 행대원 김광웅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진행했는데 출판 시점에 교육부의 제동으로 출판하지 못하고 있는 원고가 있다면서 지금은 출판이 가능하여 책을 출판하려니 기존 원고의 통계자료가 오래되어 최신자료로 바꾸는데 나에게 부탁을 하였다. 또한 지금은 '새마을운동' 보다는 '한국의 지역사회개발'로 책 제목을 변경하려고 하니 지역사회개발이론과 새마을운동 이전의 한국의 지역사회개발 사업에 대한 자료 보완을 부탁하셨다. 이날 나는 두 분이 작성한 오래된 200자 원고지 뭉치를 받아들고 댁을 나왔다.

그 이후 나는 책 내용의 보완구상과 자료가 일부 정리되는 대로 교수님 댁을 몇 차례 방문하여 지도를 받으면서 자료보완을 진행하였다. 마침 이 작업과정에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따른 대학휴교령으로 강의가 없어 이 일에 매진하여 교수님이 부탁한 자료를 정해진 시간에 정리할 수가 있었다. 이 책은 1981년에 권태준·김광웅 공저자로 하여 "한국의 지역사회개발"로 법문사에서 출판되었다.



'사회학습과정' 의 주례사

교수님이 경북대 보건대학원 설립기념 세미나에 서울대 권이혁 총장님과 함께 내려오셨다. 나는 그때 동대구역에서 교수님을 만나 저녁 시간을 가졌다. 그때 "한국의 지역사회개발" 책자가 출판되어 세미나 차 내려오시면서 책과 자료수집비도 챙겨 주셨다. 그 책 서문에는 "책의 출판과정에 자료수집과 논평에 이르기까지 영남대 이성근 교수가 수고했다"는 글도 나온다.


교수님과 나는 여러 얘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통금시간이 다 되었다. 교수님께서 기분이 좋으셔서 호텔에 같이 가자 하시기에 함께 갔었다. 나는 교수님의 방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나와서 다른 방을 정했는데 잠이 오지 않아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대학 동기한테 불쑥 전화하여 "전에 나한테 중매한다 해놓고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이튿날 친구가 바로 전화를 하여 선을 보게 되었고 몇 차례 교제 끝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당시 집사람은 경북대 간호학과 전임강사였고 나는 영남대 전임강사 대우였다.


교수님께서는 결혼 전날 대구에 내려오셔서 주례를 서 주셨다. 지금 기억으로 주례사의 키워드가 '사회학습과정'이었다. 결혼생활은 하나의 사회학습과정이고 결혼하면서 부부가 한 권의 교과서를 선택하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상호학습과정으로 임해야 성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는 교수님의 소중한 주례사 대로 살지 못하고 서로 따로 공부하고 살았다는 아쉬움과 함께 지금 상호학습과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국비 파견 해외연구 교수

전임강사 대우로 영남대학교에 내려온 지 이삼년이 지나고 서울대 환대원에 박사학위 과정이 개설되었다. 교수님은 환경대학원장으로 계시면서 나에게 박사과정이 개설되었다면서 입학을 권유했다. 나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다니다 미국 대학에 가도 무방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박사학위 과정 시험을 치뤘다. 당시 대학원 박사학위 과정이 초창기라 입학정원 5명에 25명이 응시하여 경쟁률이 5대 1이었고 다행히 합격하였다.

그러나 나는 대학원 입학시험 이전에 교육부(당시 문교부) 국비 해외파견교수로 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험 후 연말에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대학원 등록은 집사람이 대신하였고 등록과 함께 휴학을 신청하였다.

나는 미국에 유학을 가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면서 토플시험도 몇 차례 치르던 중 마침 문교부 국비파견 해외연구교수에 대학의 추천을 받아 원서를 내어 외국어대에서 영어시험을 치르는 절차를 거쳐 최종 선발되었다. 나는 미국을 선호했기 때문에 당시 일리노이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에 한국인인 존 킴/김창호 교수님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마침 한국에 나와있다 하여 서울에서 만나 인사를 드렸다. 김 교수님께서 미국에 돌아가셔서 바로 초청장을 보내주어 수속을 밟고 '84년 12월 31일에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미국 일리노이대에 도착하여 만난 김창호 교수님께서는 "나에게 미국에 오기가 쉽지 않으므로 여기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주었다. 당시 나는 박사과정을 어디에서 하든 배움의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김 교수님의 강의는 물론이고 관심있는 강좌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열심히 강의에 참석하였다.

그렇게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던 차에 우리 학과의 모 교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를 퇴직하게 됨에 따라 학과에서는 나에게 귀국하라고 의견을 보내왔다. 당시 나는 영남대를 사직하고 그대로 미국에서 박사학위과정을 다닐 것인가 아니면 서울대 박사과정에 입학을 해 놓았기 때문에 귀국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였다. 그러나 미국까지 와서 한국인 교수에게 지도를 받는 것보다는 평소 존경하고 학덕 높은 권 교수님께 지도를 받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귀국하였다.

나는 귀국과 함께 대학원에 복학하여 박사과정을 시작하였다. 영남대에서 강의를 하고 프로젝트도 수행하면서 1박 2일로 서울대 박사과정 수업에 참여하였다. 한 이년이 지나자 몸에 무리가 와서 돌발성 이명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도 받았다.

마지막 학기에는  종합시험 세 과목을 치렀는데 시험방법이 특이하여 토요일 12시에 문제를 받아 익일 일요일 12시까지 제출하는 것이었다. 나는 시험 관련 자료를 두 보자기에 싸서 서울로 갔다. 학교에서 문제를 받음과 동시에 여관 찾느라 봉천동에서 사당동까지 가서 어렵게 구한 여관방에서 밤새도록 시험문제지에 답안을 쓰고 이튿날에 제출하였다. 종합시험은 다행히 합격을 하여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하게 되었다.
 

서울대 환대원 국내교류교수로 박사학위 취득

 나는 박사논문 연구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문교부 국내교류교수로 서울대 환대원에 가게 되었다. 환대원에서는 국내교류교수 조건이 파견대학에서 한 과목 이상 강의를 맡아야 했기 때문에 학과장인 김형국 교수님께서 과목배정을 해주신 기억이 난다. 나는 서울대에서 한 학기를 지내고 한 학기는 대구로 내려와서 논문의 실증연구를 진행하였다.

국내교류교수로 파견 중에 교수님께서는 '이론과 실천 세미나'를 설치하여 매월 1회 토요일 오후에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나는 국내교류교수로 환대원에 근무하는 동안 세미나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였고 여기에서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가졌다.

나의 학위논문 주제는 "공동생산적 참여과정에 관한 연구"이었다. 교수님의 학위논문 주제가 "계획 주체와 객체의 상호적응과정에 관한 연구"이고, 나의 논문은 계획의 이해당사자가 공동생산자로 참여하는 논문이었다. 논문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중간중간에 교수님을 찾아뵙고 지도를 받아가면서 진행하였다.

논문의 이론적 연구가 마무리 되면서 나는 대구로 내려와 실증연구를 진행하였다. 당시 한국토지공사의 협조를 받아 택지개발사업지구 주민에 관한 설문조사와 조사결과를 분석하여 이론화하였다. 일 년 동안 논문연구에 매진하였다. 심사과정에서 몇몇 후배들과 토론과 수정을 거치면서 논문에 완성도를 높였다. 이때 낙성대에 있는 호암교수회관을 많이 이용하였다.

교수님은 논문심사 통과 후 학위논문을 전문서적으로 출판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출판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크다. 만약 교수님의 말씀대로 출판하였다면 지금의 화두인 '협력적 계획이론'과 한국의 협력적 계획의 이론과 실제에 선도연구로 기여하였을 것이다. 나는 그 이후에 교수님이 주관하는 전공도서에 논문을 싣기도 하고 성곡학술재단의 연
구공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논문을 출판하기도 하였다.

 1973년 국전 대통령상을 수상하신 우죽 양진니 선생님이 주신 글

 
사제동행의 추억과 교수님의 ‘특별한 기대’

나는 영남대 교수로서 영남대에 근무하면서도 교수님을 잊은 적이 없고 늘 함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문득 교수님의 은덕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영남대 교수가 되고 교수님의 가르침으로 학문적 성장을 이뤘으며 교수님의 제자로 유무형의 프리미엄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길이 별로 없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뜻밖에도 교수님을 모실 기회가 여럿 생겨났다.

첫 번째는 내가 주관하는 경북의제21추진협의회 경주행사에 기조 강연자로 교수님을 초청한 것이다. 그날 행사를 마치고 친한 후배 두 사람을 불러 교수님과 저녁 시간을 보내고 불국사 인근 코오롱 호텔에서 일박을 하였다. 두 번째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상징 조형물의 설치를 위한 자문으로 김성경 사무처장의 부탁을 받아 교수님과 당시 국토연구원에 근무하던 김원배 박사를 초청하여 자문행사를 가진 일이다.  나는 김 처장의 영남대 행정학과 선배이자 박사과정의 지도교수이었다. 세  번째는 교수님의 부친이신 서울대 총장을 지낸 권 총장님께서 돌아가시고 얼마되지 않아 교수님 내외분을 자유스런 분위기로 경주에 초청한 일이다. 경주에 여장을 푼 후에 교수님과 사모님을 모시고 포항의 해변가 식당에서 식사한 기억이 새롭다. 특히 그날 사모님이 크게 기뻐하시는 것을 보고 나도 마음이 좋았다. 나는 그 옛날 학생시절에 저녁 늦게 교수님과 함께 댁을 방문하기도 하고 심지어 잠자기도 하는 등 시건머리 없는 행동으로 사모님께 수고를 많이 끼쳤었다. 네 번째는 내가 행대원 원장 재직 시 최고위 정책 리더과정(이하 최고위)에 교수님을 강사로 초청한 일이다.  특강을 마친 후 교수님을 모시고 식사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가졌다. 특히 현재 대구카톨릭대 학장으로 있는 서경규 교수에게 한 말씀이 생각난다. 당시 서 학장은 감정평가사이면서 내가 지도교수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내가 서 교수를 소개 드렸더니 교수님께서 "내가 할배 교수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교수님과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가졌고 교수님도 좋은 기분을 가지셨다.

다음은 교수님께서 나에게 가진 특별한 기대이다. 언제인가 내가 서울에서 교수님을 만나 식사를 마치고 대구로 오는 도중에 교수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이 교수 영남대 총장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나는 교수님의 이런 말씀이 내가 대학의 경영역량도 가진 것으로 평가한 것과 나에 대한 인정감과 사랑의 말씀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교수님의 그런 말씀을 나의 마음속에 담아서인지 나는 정년 일 년을 앞두고 영남대 총장에 출마하였다. 직선이 아닌 간선이기에 열심히 경영계획서를 작성하여 발표를 하였으나 낙선하였다. 나는 영남대학의 경영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대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영남대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한국 사학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진 것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대구경북연구원(이하 대경연) 원장 재임기간의 자문

하나는 내가  학교를 휴직하고 이 년여 기간 동안 대경연 원장으로 일하면서 교수님과의 일을 기억한다. 나는 서울 출장길에 교수님을 모시고 서초동에서 식사한 일이다. 내가 차편으로 교수님 댁에 갔는데 사모님께서 크게 기뻐하시는 것을 보았다.

다른 하나는 연구원에서 경북도 의뢰로 "새마을국제화재단 설립 타당성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교수님의 자문을 받은 일이다. 연구진의 발표와 교수님과 두세 분의 자문 의견을 들은 후 마무리로 내가 요약정리를 하였다.

회의를 마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교수님께서 나에게 요약정리를 잘했다는 칭찬의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아는 교수님은 칭찬이 인색한 편이다. 나는 십여 년간 공부하면서 직접 칭찬받은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다. 옛말에 "칭찬은 죽은 사람도 깨어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칭찬은 인색하기보다 넉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칭찬이 너무 지나쳐도 좋지 않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을 듯 싶다.

 
정년 이후의 만남과 아쉬움

그렇게 교수님을 뵈온 이후 친하게 지내는 동문 몇 사람과 함께 교수님 내외분을 모시고 수차례 식사하는 시간을 더 가졌다. 교수님이 그린 그림 액자를 가져와 나에게 주셨다. 사모님의 도움으로 그림을 그렸고 제자들에게 선물로 주셨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오랫동안 만나는 기회를 기질 수 없었다.
 

교수님이 그려서 나에게 주신 그림


수년 전에는 사모님이 건강문제로 시술하셨다고 하셨다. 당시 교수님께서 많이 놀라셨을 것이다. 지금은 교수님이 건강문제로 병원에 계신다. 교수님의 쾌유를 간절히 빈다. 나도 나이를 들다 보니 군사부일체로 부모와 스승은 같다고 하나 아무래도 스승과 제자 관계보다는 부모와 자녀 관계가 더 편하고 오히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필자도 정년을 하고 교수님과의 인연을 되돌아보니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서는 몇 가지 아쉬움을 정리해 본다.

하나는 교수직을 시작하면서 계획이론의 지속적 연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다. 둘은 박사학위 논문으로 작성한 공동생산에 관한 이론을 전문서적으로 출판하라고 하였으나 실천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교수님은 필자에게 늘 관심과 사랑을 주셨다.

나에게 교수님은 세 가지 길을 터주신 진정한 스승이다. 하나는 학문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교수의 길이며 마지막 하나는  교수 인생의 길이다. 그리고 교수님은 나에게 '인간 이성근'이라 부르며 인간적  신뢰와 기대와 희망을 주셨다. 내가 평생 교수 직분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며 사회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님의 지속적인 가르침과 사랑의 힘이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나를 평한 말씀을 타인의 글로 대신한다.

"이성근 교수를 생각하다 : 소중한 지인으로부터 읽는 이성근 교수의 회상록(2021)"에 박찬용 교수가 쓴 글에 교수님이 나를 평한 글을 소개한다. "권태준 원장님께서는 이 교수는 매우 성실하고 논리 정연한 학구파이며 굉장히 노력을 하는 사람이기에 학자로서 장래가 매우 촉망된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 항상 감사합니다. 

 
"인생의 세 가지 길을 터주신 권태준 교수님"에 대한 답글  

선배님, 귀한 글 고맙습니다./   김수현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교수님, 귀한 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도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무부원장

교수님, 감사합니다. 권태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깊이 느껴집니다./ 김두환 박사 LH 연구원

이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 내용을 저희 선후배님들과 공유하였습니다./
박세훈 박사 국토연구원

교수님!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과의 인연이 정말 특별하시네요. 슬픈 자리였지만 오랫만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김륜희 박사 LH 연구원

평생을 은사를 모시고 살 수 있다면 정말 '행운'이겠지요. 더구나 그 은사님께서 아직 '살아계시다면' 더욱 큰 행운이겠지요. 평생을 잊지 않고 사셨으니까 그런 관계가 이루어졌겠지만, 어쨌든 행운이구나 하는 생각이 짙게 듭니다. 그렇게 사회활동을 하도록 격려하셔서, 교수님께서 많은 활동을 하셨구나 싶습니다. 또 교수님의 결혼이야기도 재미있지만, 특히 '사회학습과정'이라는 주례사도 많이 기억됩니다./
김정숙 영남대 국사학과 명예교수, 명예교수회  편집위원장

"인생의 세 가지 길을 터주신 권태준 교수님"의 글을 경건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강의시간에 권태준 원장님 얘기도 자주하셨지요. 권 교수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이구석 영남대 지역개발학과(79학번)/ 전 서울특별시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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