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눈(眼目)'에 이어 "어떻게 들을 것인가?" 귀(耳)와 듣기(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귀의 듣기 기능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이는 가볍게 듣는 경청(輕聽), 주의 깊게 듣는 경청(傾聽), 겸손한 마음으로 듣는 겸청(謙聽), 진정성 있게 듣는 진청(眞聽), 마음으로 듣는 심청(心聽), 존중과 공경의 마음으로 듣는 존청(尊聽)이다.
여기서는 여섯 가지 유형의 귀의
듣기(聽) 기능을 가지고 이들의 개념과 특징, 그리고 이들의 비교와 향상 방안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한시도 빠지지 않고 함께하는 귀의 듣기 기능에 대해 인식하고 한 차원 높은 듣기의 기능 향상으로 보다 나은 인생여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나는 가볍게 듣는 경청(輕聽)이다.
경청(輕聽)은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건성으로 듣는 방식이다.
집중도가 낮고 대화의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기 쉽다. 상대방이 말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가벼운 일상 대화에 적합하다. 그러나 상대방이 무시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가볍게 듣더라도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보이고 예의를 보이며 대화에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필요하다.
둘은 주의깊게 듣는 경청(傾聽)이다.
경청(傾聽)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내용을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듣기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질문을 통해 내용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그러나 주의깊게 듣는 경청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청은 끝까지 듣고 필요한 경우에 질문을 하며 적절한 눈맞춤과 신체 언어로 관심을 나타낸다.
셋은 겸손한 마음으로 듣는 겸청(謙聽)이다.
겸청은 겸손과 경청의 약자로 '아울러 듣는다'는 것이다.
"신당서(新唐書)" '위징전(魏徵傳)'에 "겸청즉명(兼聽則明)
편신즉혼(偏信則昏)"이 나온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말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두워진다'는 말이다.
겸청(謙聽)은 상대방의 의견을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관점을 존중하며 자신의 의견을 겸손하게 제시한다. 상대방의 경험과 지식에서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겸청은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고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제시하며 항상 상대방의 말을 먼저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한다.
넷은 진정성 있게 듣는 진청(眞聽)이다.
한정선이 쓴 "소통, 진정성이 진정성을 만날 때"에서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진정성이라고 하였다.
또한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도원 의장은 "진청무이(眞聽無耳)라, 진실로 듣고자 한다면 귀가 없어야 한다"고도 하였다. 이는 듣기에 진정성과 진실된 마음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청(眞聽)은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려는 경청 방식이다.
대화에 있어 진정성과 진솔함과 상호신뢰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필요할 때는 자신의 감정도 진솔하게 표현하며 상대방에게 충분한 반응을 보여준다.
다섯은 마음으로 듣는 심청(心聽)이다.
심청과 관련한 사자성어로
'이청득심(以聽得心)'은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으로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또한 듣기와는 다소 다르지만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심청사달(心淸事達)'이 있다.
최근 ‘마음(心)을 듣다(聽)’라는 뜻의 '심청(心聽)이’라는 봉사 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마음을 듣고 이야기하다'는 '심청연(心聽宴)'이 대학가에 붐을 일으켰다. 이 모두는 마음으로 듣는 심청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심청(心聽)은 말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말 속에 담긴 감정과 진의를 이해하고자 하는 경청이다.
상대방의 비언어적 표현, 말투, 감정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심청은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반면에 상대방의 감정을 잘못 이해하거나 과도하게 해석할 위험이 있다.
또한 심청은 공감적 경청이라고도 부른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며 마음으로부터 경청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청은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고 질문이나 반응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확인하며 공감한다.
여섯은 존경의 마음으로 듣는 존청(尊聽)이다. 공경하며 듣는다는 경청(敬聽)이라고도 한다.
존청"은 "존중하는 마음으로 듣다" 이고 "경청(敬聽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다"라는 뜻이 된다.
존청(尊聽)은 상대방을 존경하고 그들의 의견과 생각을 가치 있게 여기며 경청하는 태도이다.
상대방의 모든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들의 의견과 판단을 높이 평가한다. 상대방에게 높은 수준의 존중을 보여줌으로써 긍정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는 유교문화권으로 어릴 때부터 존청의 바른 자세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다. 이와 같은 존청의 자세는 현대시회에 들어서도 유효하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존청(尊聽)과 경청(敬聽)은 화자와 청자 간에 상호존중(mutual esteem)의 마음을 가지면 좋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그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필요한 경우 자신의 의견을 존중과 함께 부드럽게 표현한다.
이상의 논의에서 볼 때 여섯 가지의 듣기는 상대적으로 깊이와 특징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따라서 듣기의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먼저 듣기의 깊이는 가볍게 듣는 경청(輕聽)에서 주의깊게 듣는 경청(傾聽), 겸손한 마음으로 듣는 겸청(謙聽), 진정성 있게 듣는 진청(眞聽), 마음으로 듣는 심청(心聽), 존경의 마음으로 듣는 존청(尊聽)으로 위계화 된다.
다음으로 감정적 연결에서
심청과 진청이 가장 깊이 연결되고, 대화의 목적에서 일상 대화에는 가벼운 경청이 적합하나 중요한 관계나 대화에서는 진청이나 심청, 그리고 존청이 더욱 더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듣기의 효과적 방법에 대해 제언하고 이 글을 마친다.
대화의 목적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듣기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상 대화에서는 가벼운 경청을 하고 중요한 협상이나 상담에서는 진청이나 존청을 선택한다.
대화 중에는 반응을 통해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주의깊게 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눈맞춤, 고개 끄덕임, 적절한 표정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경청(傾聽)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다양한 듣기(聽) 방식을 상황에 맞게 활용함으로써 더 나은 대인관계와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다.
바라건대, 필자는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귀 기울여 잘 듣고 마음으로 상대방을 잘 헤아리며 겸손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진/ 이성근. 서귀포 칠십리공원. 2024. 8. 29.
사진/ 이성근. 서귀포 칠십리공원. 2024.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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